(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산은 금융공학팀-비밀스런 거래⑤

  • 등록 2001-10-09 오후 12:25:15

    수정 2001-10-09 오후 12:25:15

[edaily] 김 차장과 스왑 파트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후 옵션을 담당하는 윤재근 차장을 찾았다.
(4편에서 이어집니다)
윤 차장(사진)은 금융공학팀 내의 금융공학팀 같은 존재다. 스왑, 일반적인 선물환 이외의 모든 파생상품이 윤 차장과 연결돼 있다. 장외(OTC)에서 이뤄지는 여러가지 옵션 거래가 그의 책임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주로 달러옵션이 거래된다. 스트래들(straddle), 레인지 포워드(range forward), 디지털 옵션(digital option), 배리어 옵션(Barrier Option), 녹아웃(Knock-Out Option), 녹인옵션(Knock-In Option) 등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에서부터 교과서에 없는 다양한 신종 복합 상품까지 만들어 거래한다 ◇”상품 구조 자체가 비밀인 거래” 옵션은 일종의 “조건 거래”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선물환의 경우는 일정 기간 후 일정 환율로 외환 거래를 하는 것으로 시장상황이 어떻게 되든 계약 만기일에 거래 를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반면 옵션은 조건이 맞으면 거래를 이행하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거래를 이행하지 않는다. 거래 내용도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 윤 차장은 레인지 포워드의 예를 들었다. 수출 기업이 있다고 하자 지금 환율이 1307원이다. 1년 후 선물환은 1325원이다. 그냥 선물환 거래를 하면 1년 후에 무조건 1325원으로 거래를 해야한다. 레인지 포워드는 다르다. 환율의 상한과 하한을 둔다. 상한을 1370원, 하한을 1300원이라고 하자. 만기일에 환율이 하한 아래면 하한 환율로, 상한 위면 상한 환율로 거래를 한다. 상한과 하한 중간이면 그 환율로 거래를 한다. 보통의 선물환 거래는 1년 후 환율이 1325원 보다 더 올라가도 1325원에 무조건 달러를 팔아야하지만 레인지 포워드 계약을 하면 1325원 이상 1370원까지 비싼 값에 달러를 팔 수 있는 기회를 바라볼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옵션 거래의 상대방 역할을 해준다. 산업은행은 스왑처럼 옵션의 리스크를 분해해서, 환위험과 베가(vega 변동성 위험) 등을 중립적으로 헤지한다. 스왑의 경우처럼 옵션에서도 산업은행은 중개자가 되는데 거래 규모나 만기가 꼭 일치하지 않은 경우, 차이나는 부분 만큼 반드시 헤지를 해야한다. 옵션 거래의 상대방도 주로 외국계 은행이다. 은행간 옵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은 3년 전부터다. 윤 차장은 “단순한 옵션은 스왑과 달라서 헤지 비용이 만만치 않아 기업들이 섣불리 거래하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가지 기법으로 복합상품을 만들어 최종적인 지불금액은 제로(zero)에 가깝게 한다”며 “그래서 옵션 거래 구조가 좀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윤 차장은 “올해는 기업들 외화부채의 회계적인 원가가 되는 연초 환율보다 대부분 높은 수준에서 달러/원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에 기업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어떻게 현재의 환율 또는 선물환율보다 유리하게 헤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런 고객들의 수요를 맞춰주는 상품들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말했다. 윤 차장은 “옵션에서는 지식(knowledge)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헤지 비용의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 헤지를 하지 않거나 비용이 투입되지 않는 상품들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윤 차장은 “이러한 복합상품들은 비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래 비용이 상품 안에 숨어있고 그 비용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느정도 분석력을 갖추지 않은 기업들은 옵션 계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윤 차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옵션 상품을 물어봤다. 윤 차장이 직답을 하지 않는다. “옵션은 말로 설명하는 것이 좀 어려워서..허허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옵션 거래는 구조 자체가 일종의 영업비밀이다. 장사 밑천인 셈. 윤 차장이 상품 구조를 잘 설명해주지 않으려는 것이 당연했다. 윤 차장의 설명은 두리뭉실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스스로 PT-Forward(profit taking forward)라고 부르는 상품을 설명하면서 “어떤 조건이 만족되면 이익실현을 하고 반대 거래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 그리고 끝이다. 어떤 조건이 “어떤 조건”인지 반대 거래가 자동으로 되는 기법은 무엇인지 설명이 없다. 나중에 ABS 파트의 담당자들과 인터뷰 하면서 “Line Forward”라는 상품에 대해 들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모호했다. 윤 차장은 99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파생상품 업무를 시작했다. 파생상품에 관여한 것은 95년부터로 97년에 듀크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파생금융상품은 원래 로켓사이언티스트(우주 공학자)들의 업무라고 알려져 있다. 수학, 통계학 등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윤 차장은 “옵션이 조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MBA를 다녀온 것도 혼자서는 어렵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블랙숄즈 모델조차도 그 유도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않다. 윤 차장은 “이 업무는 우리나라에 없던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새로 시도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가르쳐줄 사람도 없고 상품을 만든 후에도 제대로 되었나 검증을 받을 곳도 스스로에게 밖에는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며 역설적으로 “이쪽 업무의 좋은 점은 지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차장은 “외국에서 거래된 기존의 상품을 보고 응용하거나 잡지, 논문, 해외 마케팅 자료 등을 참고해서 옵션 상품을 설계한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PT-Forward나 Line-Forward는 금융공학팀의 창작품이다. ◇”ABS는 예술이다” 최창범 차장(사진)은 금융공학팀의 수석 차장이고 ABS 분야를 담당한다. 98년에 금융공학팀에 합류했다. 금융공학팀과 ABS 시장과의 인연은 조금 남다르다. 98년에 ABS 관련법이 통과되고 99년에 본격적인 ABS 발행이 시작됐다. ABS는 구조적으로 여유 자금이 SPC(ABS를 발행할 때 원래 자산을 양도받는 페이퍼컴퍼니)에 들어올 수 있다. 금융공학팀에 여유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면 좋겠느냐는 자문이 몇 군데서 들어왔다. 그러다보니 언더라잉 에셋(underlying asset: 유동화 대상이 되는 원래 자산)이 무엇인지, 현금흐름은 어떤 구조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최 차장은 “우리 팀에서 나름대로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ABS를 구조화하는데 도움되는 것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목적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은 아닌 셈. 지금은 주택은행에 이어 업계 2위의 ABS 수탁 실적을 가지고 있다. 99년 하반기부터 참여해서 지금까지 50여건에, 15조원의 수탁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은행 금융공학팀은 ABS 발행에 있어 수탁업무, 신용공여, 컨설팅, SPC의 파생상품 대행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ABS 파트의 정진십(사진) 차장은 “우리 ABS의 최대 강점은 옵션, 스왑 등을 이용해서 좀 더 나은 방식의 유동화 해법을 찾는데 있다”며 “가격, 헤지 전략 등을 각 파트와 긴밀하게 협의한다”고 말한다. 언더라잉 에셋이 무엇이든 원하는 ABS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유동화 자산이 외화 표시이면 이를 원화로 바꿔서 원화 표시 ABS를 만들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자산의 변환과 헤지가 팀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앞서 말한 라인 포원드(Line-Forward)가 대표적인 예다. 리스 자산을 대상으로 ABS를 발행하겠다는 의뢰가 들어왔다. 자산의 절반 정도가 외화 표시였다. 문제는 SPC에 들어오는 현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 언제 얼마 정도의 달러화가 SPC로 유입될 것인지 알 수 없기 떄문에 보통의 선물환 거래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인 “라인 포워드”다. 5000만 달러 정도의 계약을 맺어서 선물환 계약의 한도만 정하고 돈이 들어오면 약정된 환율로 무조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언제 돈이 들어오던지 계약을 이행하도록 만들었다.(라인 포워드라는 이름의 “라인(line)”은 한도, 선을 의미한다.) 최 차장은 “ABS는 하이테크놀로지와 로테크놀로지의 혼합”이라며 “수탁 업무는 비교적 단순한 관리 업무이지만 중요한 것은 구조와 신용 검토”라고 말한다. 파생상품 기법은 바로 그 구조와 신용 검토에 필요하다. 자산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데도 파생상품이 절대적이다. 최 차장은 “99년에 처음 맡았던 자산관리공사의 ABS 발행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이라 경험도 적었고 너무 어려운 구조를 맡았던 것. 당시 자산관리공사 ABS는 부실자산(대출)에 환매조건이 붙은 언더라잉 에셋을 유동화하는 것이었다. 은행 대출을 자산관리공사가 일단 인수한다. 만약 기업이 6개월 이상 원리금을 내지 못하면 은행이 그 대출을 다시 매수(환매)해 간다는 조건이 붙은 것. 문제는 환매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것. SPC에 돈이 들어오다가 환매가 일어나면 다른 금리로 다시 계산을 해서 자산을 환매해야한다. SPC의 현금흐름에 얼마나 마이너스가 날 것인지 일일이 시뮬레이션을 해야했다. 프로그램을 돌려보고 가장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서 ABS 구조를 만들어야했다. 언제 어떤 기업이 얼마나 망하느냐는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졌다. 자산관리공사와 의견을 조율하는데도 2개월 이상 논의가 필요했다. 이렇게 어렵게 일을 했지만 보람도 있고 수탁 규모도 점차 커졌다. 업무가 익숙해지면서 한국투자신탁 자산을 언더라인으로 2조222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하기도 했다. 최 차장은 “ABS 발행을 위해서는 파생상품을 잘 다루는 것은 기본”이라며 “외국 사례를 유심히 보고 발행사와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한다”고 말했다. ABS는 장래가 유망한 채권 중에 하나다. ABS 투자자들이 일반 투자자들과 달라서 보험,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이 많지만 최근에는 트레이딩 목적으로 ABS를 찾는 기관도 많다. 채권의 구조가 복잡해서 아직 유동성이 높지는 않지만 신용등급에 비해 금리 조건이 좋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ABS에 투자를 많이 한다. 최 차장은 “투신 자산으로 CBO를 많이 발행해서 부실자산 정리는 그런대로 이뤄진 셈”이라며 “카드채권이나 기업 매출 채권 등으로 발행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올해 ABS 시장이 중요한 전환점에 와있다고 말한다. 최 차장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것, 우리 팀만 할 수 있는 것, 파생상품을 충분히 활용한 ABS 상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ABS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ABS로 안되는 것이 없다는 것. 파생상품을 응용하면 모든 가능한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있지만 “불가능한 구조”는 없다는 것이 최 차장의 설명이다. ABS 발행을 위해 아침 10시부터 그 다음날 오후까지 이틀간 마라톤 회의를 해봤다는 최 차장에게 ABS는 그야말로 “마법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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