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의 간 전체를 받아 이식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간암 말기 환자에게 뇌사자 간 기증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괴로움의 연속이다. 차선책으로 최대한 적합한 생체 간 기증자를 찾게 되는데, 이때 생체 간 기증자가 기증할 수 있는 간 용량을 고민하게 된다.
간은 우엽과 좌엽으로 나뉘는데 우엽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크기가 큰 우엽을 잘라 이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증자 부담을 고려하면 좌엽을 이식하는 게 낫지만, 크기가 작은 좌엽을 이식하면 충분한 간 기능을 하기 어렵다. 원발성 기능부전, 문맥압 고혈압으로 인한 이식 간 기능 장애 등과 같은 위험이 뒤따라 사망하거나 재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김종만 교수팀은 작년 11월 국내 최초로 생체 기증자 소형간 좌엽 이식술을 시행한 결과를 ‘한국간담췌외과학회지(Annals of Hepato-Biliary-Pancreatic Surgery)’에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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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적합한 생체 기증자가 있어 기증자의 간 좌엽을 이식하기로 했다. 기증자 간 좌엽을 복강경으로 떼어 확인한 결과 절제한 좌엽 용량은 320g으로 수혜자 몸무게의 0.6%였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0.8% 미만이면 수혜자의 위험부담이 크다고 본다.
수술 후 7일째 되던 날 수혜자 CT검사 결과 이식 수술 때보다 이식간의 용량이 45.3%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좌엽이 자라나 제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하고, 간세포암이 있던 수혜자의 간 우엽을 절제하는 2차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합병증도 전혀 없었다.
김종만 교수는 “적절한 생체 기증자 없이 뇌사자 간 이식만을 기다리던 중증 간질환 환자들에게 생체 기증자의 작은 좌측 간을 활용해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새 희망을 제시했다”며 “기증자 안전성이 확보된 수술로 수혜자와 함께 치료 후 삶의 질이 보장되어 더 많은 환자들이 완치될 수 있는 선택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