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국에서 진행 중인 ‘출생 미신고 영아’ 전수 조사 과정에서 부모에 의해 숨진 영아들이 추가로 나타나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한 아동 중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수조사 이틀 만에 경남 거제시에서 생후 5일 된 영아를 살해해 암매장한 사실혼 부부가 구속됐다. 이들 부부는 당초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했지만, 수사과정에서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양가 부모가 알게 되면 헤어지게 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 아동 실태조사방안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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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에는 경기 과천에서 2015년에 출산한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유기한 친모가 검거됐다. 수원에서는 숨진 영아가 냉장고 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사 의뢰된 아동 37명 중 33명의 생사를 확인한 상태다. 9명은 안전이 확인됐지만, 20명은 베이비박스로 인계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2명은 숨졌고 4명은 친모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성희 경찰대 교수의 ‘한국 영아살해 고찰’ 논문에 따르면 2013년 1월∼2020년 12월까지 8년간 분만 후 24시간 이내 신생아를 살해한 사례는 40건(87%)이나 됐다. 가해자들은 모두 생물학적 친모로 78%(36명)가 초범이었으며, 가해자의 연령은 공개된 정보만 보면 8명이 미성년자, 3명은 20대 초반이었다. 이들의 범행 동기를 보면 임신 및 출산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은폐할 목적으로 살해한 경우(40건)가 가장 많았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은 “대부분 아이의 친부가 가해자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해자 대다수가 혼자서 양육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은 의료기관이나 사회복지기관 등에 도움을 구하기보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가슴 아프게 인식하고 출생등록제와 함께 위기에 처한 여성들이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도록 출산 시 익명성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를 시급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입양가족연대도 “강간이나 외도 그리고 근친이나 불법체류자의 출산 등 출생신고가 어렵거나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임산부들이 출산과정에서부터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출산 후 더 위험한 선택을 하도록 법이 유도하고 있다”며 “대체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누군가의 목숨 값으로 다른 목숨을 살리는 어리석은 짓을 해야 하느냐? 죽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살아야 할 아이들의 이름으로 보호출산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