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구글·아마존까지…美IT공룡 각축장 된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가격보다 일본내 설비투자 우선 고려…최고가 매각 힘들 듯
사모펀드 제외될 가능성…미국계 우위속 WD 유력설
SK하이닉스 도약기회 무산…삼성에도 위협될 수도
  • 등록 2017-04-02 오후 2:12:00

    수정 2017-04-02 오후 2:50:41

일본 카나가와현 가와사키에 위치한 도시바 R&D 센터.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한국 SK하이닉스(000660), 대만 훙하이(鴻海·폭스콘)에 이어 미국 IT공룡인 구글과 아마존, 애플까지 뛰어들었다. 미국 기업간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사업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한편 이 분야 1위인 삼성전자(005930)에게도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PEF) 실버레이크와 손잡은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 브로드컴과 애플과의 공동 투자 얘기가 나오고 있는 홍하이 등 최소 두 곳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예비입찰에 참여해 2조엔(약 20조원)에 이르는 인수가격을 써냈다. 그러나 인수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가격보다는 일본내 설비투자 계획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도시바는 인수후보들에게 반도체사업 매각 후에도 일본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늘리기 위한 욧카이도 공장 설비투자가 최우선 사항으로 꼽힌다. 지금은 삼성전자에 비해 노후화된 설비가 많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술 발전속도가 빠른데다 공장 1동에만 수 천억엔을 투자해야 하는 등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인수자들 입장에선 이런 족쇄가 미래 수익성을 예측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펀드는 아무리 높은 금액을 써냈더라도 인수자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작년 4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자료=D램 익스체인지)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중국과 한국을 꺼려한다고 밝힌 만큼 미국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수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인수의향이 있는 미국 기업과 공동 출자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아이폰 등에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을 원하는 애플이나 클라우드컴퓨팅사업에 반도체 탑재를 희망하는 아마존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은 도시바 반도체 몸값만 올려놓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히려 욧카이치 공장에서 반도체를 공동 생산하고 있는 WD가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WD는 도시바와 합쳐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바로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에서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매각시점에서의 업황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3~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 왔다. 도시바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응찰 기업들과 개별 접촉을 진행하고 6월 말 주주총회 전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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