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54)이 지난 3월 병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던진 일성이다. 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송 병원장은 취임 7개월 만에 제2의 개원을 선언하면서 전면적인 혁신을 주창하고 나섰다. 국내 ‘빅5’ 중 하나라는 틀에서 벗어나 2020년까지 글로벌 선도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994년 문을 열면서 국내 병원계에 ‘환자중심’ ‘고객만족’이라는 패러다임을 처음 들여왔다. 환자의 진료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입원환자는 보호자가 간병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도 깼다.
지금이야 어느 병원이나 하는 소리지만 ‘환자 중심’은 당시에는 생소했고 혁신적인 목소리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패러다임을 무기로 진입장벽이 두터운 의료시장에 빠르게 진입했고 2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국내 최고 병원의 반열에 올랐다.
송 병원장도 개원 초기부터 병원에 합류해 홍보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브랜드 네임을 확고히 하는데 공을 세웠다.
그러나 환자 서비스 경쟁을 주도했던 삼성서울병원의 전략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진료는 서울아산병원, 연구는 서울대병원, 서비스는 삼성서울병원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유명 교수를 영입하고 각종 의료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거머쥐었지만 편견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혁신 전도사’로 유명한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일류화 추진단장에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또 야전사령관으로 10여년간 기획조정실장을 맡아온 송 병원장을 투입했다.
송 병원장은 이번 ‘제2의 개원’ 선언을 통해 진료·연구·교육·병원문화는 물론 병원 임직원의 마인드까지 모두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2020년까지 20개의 진료 및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혹은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는 과제를 선정, 집중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삼성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젝트 20×20’ 계획도 세웠다. 집중 육성 분야로는 암, 심혈관, 뇌신경, 장기이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2020년을 목표로 삼성서울병원을 글로벌 수준의 의료복합단지로 탈바꿈시키는 계획도 세웠다. 삼성서울병원을 진료를 비롯해 연구 및 교육, 기업체가 총 망라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본원이 있는 메인캠퍼스에는 2014년 양성자센터를 비롯해 첨단의료기기R&D센터, 교육수련동 등이 들어선다.
모든 과제를 완수하기에 8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그러나 송 병원장은 삼성 특유의 혁신 DNA로 전방위 혁신활동을 펼쳐 글로벌 선도병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이후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통해 의료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축 고도성장을 이뤘다”며 “이제는 새로운 꿈을 향해 뼈를 깎는 전면적인 혁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 병원장은 “2015년까지 연구와, 진료, 서비스 등 의료 각 분야에 걸쳐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발돋움한 뒤, 2020년에 세계 최고 병원의 반열에 드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