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오감 파고드니 매출 팍팍 뛰었죠

(이시대 전문가를 만나다) 서동순 샘표식품 마케팅이사
감각과학으로 석·박사 흑초 리뉴얼에 적용 매출 급성장
긍정적 마인드로 도전 `마케팅 적성` 발견 샘표 첫 여성임원
  • 등록 2012-07-06 오후 12:20:00

    수정 2012-07-06 오후 3:36:45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최근 몇 년 식품시장 중에서 급성장한 아이템 중 하나가 음용식초제품이다. 요리에 넣어 먹는 것으로만 알았던 식초를 음료수처럼 마시게 한 제품이 히트를 친 것이다.

특히 샘표식품(007540)의 ‘백년동안’은, 경쟁제품들이 미용과 다이어트를 콘셉트로 할 때 전통과 건강을 내세워 40~50대 중년층을 공략해 눈길을 끌고 있다.

덕분에 샘표 ‘흑초’ 시절 연매출 15억원에 불과하던 제품이 2009년 백년동안으로 재탄생한 후 2010년 250억원, 2011년 60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마시는 식초시장에서도 2위로 올라섰다.

이렇게 백년동안을 성공시킨 주역이 바로 서동순(사진·48) 샘표식품 마케팅 이사다.

[이데일리 권욱 기자] 샘표식품 서동순 마케팅 이사
감각과학 전문가

서 이사가 백년동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감각과학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같은 학과의 석사와 박사과정에서 감각과학이라는 그 당시만 해도 생소한 학문을 공부했다. 감각과학(sensory research)이란 인간의 오감이 어떻게 느끼는 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식품과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샘표 마시는 흑초’ 리뉴얼을 맡았을 때 그가 처음 한 일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맛과 향, 용기가 무엇인지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흑초의 마케팅 초점을 철저하게 ‘건강’에 맞췄다. 제품명도 ‘일생동안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로 ‘백년동안’으로 바꿨고, 병 디자인도 고급스럽고 중후한 건강식품의 이미지로 교체했다. 맛을 내기 위한 재료 역시 기존의 벌꿀과 홍삼에 산수유, 푸룬(말린 자두), 복분자 등 친근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이미지를 가진 것을 추가했다. 그의 감각과학이 빛을 발한 것이다.

연구자에서 마케터로

서 이사가 처음부터 마케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식품을 전공한 덕에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서부터 계속 연구소에서 근무를 했다. 전공을 살려 업무를 시작한 곳은 두산이다. 고객연구팀에서 감각과학을 적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다.

샘표에 와서는 연구소가 아닌 마케팅 업무를 본격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그는 “마케팅을 직접 해 보면서 감각과학이 마케팅의 도구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느낀다”며 “다른 식품기업들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년동안 이후 그가 주력하고 있는 일은 장류를 편하게 먹을 수 섭취할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전통장류를 기본으로 해서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소스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이 안동찜닭 소스, 춘천닭갈비소스, 제주갈치조림소스, 무교동낙지볶음소스, 마포주물럭소스 등이다.

이런 제품을 개발하는 것 역시 소비자들의 필요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한식이 몸에 좋고 맛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집에서 해 먹으려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한식은 양념이 중요한데 양념을 잘 만드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따라서 다양한 한식 소스 제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건강한 한식을 해 먹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65년 만에 첫 여성 임원

2006년 샘표에 들어온 그는 5년만인 2011년 마케팅 담당 이사로 진급을 한다. 샘표가 창립된 지 65년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임원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식품기업들에서 여성이 임원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여성은 급여나 승진, 업무에 대한 차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 불만을 품고 중도에 포기한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포기하는 것이 능사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것을 권했다.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중반에 결혼과
[이데일리 권욱 기자] 샘표식품 서동순 마케팅 이사
육아로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달리 보면 가정이라는 도피처가 있으니까 쉽게 그만두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역시 27살에 결혼을 하고 1남1녀를 낳아 키우면서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굳은 결심이 있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어려서부터 교사였던 어머니께 여자도 일을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딸에게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독한 마음’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직장에서는 사회초년병에게 많은 책임과 권한을 주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다음 직장에선 거꾸로 거대한 조직에서 나의 존재가 너무 미미한 것 같아 회사를 그만뒀다”며 “돌아보면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가짐이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연구소 출신에게 마케팅을 맡겼을 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도 좋았다. 서 이사는 전공에 얽매이거나 자신의 주특기를 고집하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생각의 범위를 넓히라’고 조언한다.

그의 또 다른 강점은 늘 변화를 추구하고 도전하려는 자세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겠다고 학교(박사과정)로 간 것도, 두산을 그만두고 샘표로 이직을 한 것도 모두 큰 도전이었다. 이런 도전을 통해 감각과학 전문가가 될 수 있었고, 마케팅이란 새로운 적성을 발견하고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서동순 이사는 여성 직장인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여성이라고 차별 받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길은 누가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열어 가는 것이다. 작은 일부터 최선을 하다고 적극적으로 살다 보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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