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들어 베트남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보이고 있다. 호치민 근교 신도시인 푸미홍의 미칸(My Khan)아파트 150㎡는 작년 말 55만달러 수준에서 최근에는 35만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은 경기하락 움직임에 편승해 금액을 지나치게 낮게 부르는 반면 팔려는 사람은 그 가격에 팔기를 꺼려해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부동산 가격에 민감한 베트남 정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베트남 정부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올해 초 베트남 정부는 부동산 투자 열풍을 투기로 간주해 싱가포르계 개발회사인 '캐피탈 랜드'사와 현지 베트남 회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더 비스타'(총 700가구)의 사전예약금을 환불조치시켰다. 기초공사가 끝나기 전 분양은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값의 70-90%까지 대출해 주던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올해들어 30-40%대로 낮췄다. 또 대출금리가 18%에 넘어 사실상 돈을 빌려서 집을 사기가 어렵게 됐다.
안유석 코트라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 과장은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집값 하락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체 '리스크 헤지' 총력 =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한국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호치민에는 GS건설, 금호산업, 벽산건설, 대원건설, 범양건영, 포스코건설 등 6개 한국업체가 진출해 있다.
GS건설은 올해 말 호치민 시 앙푸(An Fhu)지역에 'GS자이 리버뷰'를 분양할 예정인데 집값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예상 분양가를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벽산건설도 오는 20일 앙푸지역 외곽 시티호스 신도시에 분양하는 블루밍파크 700가구 중 250가구를 우선 분양할 계획이다. 일부를 우선 분양한 다음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베트남에서는 일괄분양이 아니라 업체의 사정에 따라 부분 분양도 가능하다. 분양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분양가를 올릴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한꺼번에 분양할 때보다 사업의 위험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부동산 경기가 후퇴하는 것이 국내 건설업체에게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는 토지값이 너무 많이 올라 개발사업을 진행하려 해도 수익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거품이 빠진다면 토지매입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홍영표 수출입은행 베트남리스 사장은 "(현재의 베트남 정부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부동산 가격은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수도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면 땅 매입 비용이 줄어드는 등 건설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베트남의 칼집
열대지방의 마을은 대개 도로를 따라 양옆으로 길게 형성된다. 특히 '칼집'은 독특한 모습을 한 베트남의 건물을 말한다. 도로를 마주한 거의 모든 건물들은 전면이 좁고 뒤로 길게 늘어져 있다. 대개 폭 4m, 길이 12-20m 정도다. 베트남 건물이 특이한 모습을 갖게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이 가운데 통일 후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도로가의 땅을 여러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설득력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