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리더십

(제 6부)경제도 리더십이다
한국의 지도자들, 정말 달라졌나요
대통령, 국민과의 소통 더 노력해야
"격변의 시기 헤쳐나갈 리더십 절실"
  • 등록 2008-05-16 오후 12:43:09

    수정 2008-05-16 오후 12:43:09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국민들은 물론 국가 지도자들도 광우병 논란과 조류독감에 휩쓸려 길을 잃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혼란이 적잖다.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과 여당은 `경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대외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공격형 경제와 고성장이 아니라, 이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잘 헤쳐가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경제든 사회든, 혼란기일수록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 보다 정확하게는 서울에 기반해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로부터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유형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물었다. 
▲ 올초 당선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기업 신년인사회에서 새정부의 경제운용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발표자료.


반 발짝 뒤로 물러나서 보면 더 잘 보이는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은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와 한국의 리더들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저없이 지적했다.

◇대국민 홍보가 정치 본질인데..

전직 <가디언>및 <워싱턴 타임즈>기자, 현직 PR컨설턴트인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에너지가 넘치고 경험도 풍부하며 도덕성도 탁월하며, 특히 무엇을 하든 국가 이익이 우선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다만 이 대통령에게는 중요한 약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정치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브린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아주 훌륭한 원군이 될 수 있는 인물인데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 경험 부족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것이다.
 
브린 대표는 또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이 대통령이 PR, 즉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첫 인사였던 청와대 비서관 인사가 엉망이 됐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폭적으로 수입키로 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데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기본적으로 PR"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대중은 비판적 성향이 강하고, 쉽게 흔들리는데다. 어떤 사안에 관심을 둔다 해도 오래가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한국에서 리더십의 약점은 모든 사람들이 대중정서를 두려워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브린은 “지금 한국이 필요로 하는 리더는 국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도덕성을 겸비한 용기와 현명한 정직성을 통해, 변덕스런 대중의 정서에 좌지우지 당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지켜낼 줄 아는 리더"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격변의 시기` 통과중

벨마 아랄(Belma Aral) 터키 대사관 서기관은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기에 영합하는 자세보다 지도층이 앞서서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AI가 퍼지고 있는데 닭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하겠다며 정부 청사 구내식당에서 닭고기를 메뉴로 내놓는다든가, 미국산 쇠고기가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솔선수범에 속한다. `강부자` 내각과 청와대는 이보다 고차원적인 솔선수범의 측면에서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보다 똑똑하게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나UBS 자산운용의 아드리안 샤츠만(Adrian Schazmann) 상무는 “현재 한국 사회에 가장 중요한 리더십의 요소는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abaility to adopt)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정치적으로는 새 정부가 출범했고, 경제적으로 보면 한국은 제조업 중심 사회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샤츠만 상무는 “앞으로 한국은 몇 년간 매우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감을 유지하면서 발전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런 변화를 이끌어나갈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경영자들, 정말 달라졌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IMF 외환위기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기업문화, 특히 경영 방식은 과거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투르먼트(TI)의 아태지역 담당 크리스챤 클라이너트(Christian Kleinert) 전무는 “한국 기업 경영진들은 아직도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성취가능한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여전히 권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클라이너트 전무는 “기업 경영 스타일이 여전히 너무 상명하달(탑 다운)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방식이 `탑 다운`일 경우엔 직원들이 면피성 업무에만 집중하게 되고, 창의적인 사고나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탑다운식 경영을 하면 의사결정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이는 변화 속도가 빠는 하이테크 산업에서 엄청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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