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저축銀 최대주주는 `검은머리 외국인`

권덕만씨 "PPRF 자금 270억원 국내서 조성"
권씨 HK저축銀서 280억 부당 대출 의혹
검찰 압수수색…금감원 특별검사 착수
  • 등록 2005-10-20 오후 1:15:00

    수정 2005-10-20 오후 1:15:00

[이데일리 김병수 오상용기자] HK상호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퍼시피캡 퍼시픽 림 펀드(PPRF)가 국내 자금으로 설립된 `검은 머리 외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PPRF의 단독주주이자 실소유자라고 주장하는 권덕만씨는 HK저축은행(007640)으로부터 280억원 가량을 부당 대출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출자자에 대한 대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금조성과정에서의 외환거래법 위반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같은 혐의를 포착하고 권덕만씨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감독원도 지난 13일부터 특별검사에 착수했다.☞10/16 08:26:56 금감원, 경영권 분쟁 HK저축銀 검사 착수

20일 서울지법과 금융감독원, 관련업계에 따르면 PPRF 대표인 권씨는 지난 5월 법원에 제출한 서면자료와 증빙서를 통해 PPRF 설립자금은 전액 자신의 개인자금 및 그가 운영하는 국내회사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3년 11월 PPRF가 금감원에 HK저축은행(당시 한솔저축은행) 53.6% 지분매입을 신고할 당시 밝혔던 내용과는 상반된다. 당시 PPRF측은 자신들이 미국 델라웨어주법에 따라 설립된 미국계 사모펀드로 주요출자자는 `하와이 치과의사 협회` 등 외국인이라고 신고했었다.

그러나 최근 오영석 前 HK저축은행 대표가 PPRF에 대한 권한이 오씨 자신에게 있다며 권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권씨는 PPRF의 설립과정과 자금조성 방식을 속속들이 법원에 공개했다.

권씨의 진술에 의하면 PPRF는 해외자금으로 조성된 미국계 사모펀드가 아니라 국내 자금으로 조성됐다.

권씨 측은 당시 참고준비서면을 통해 "남광토건으로부터 100억원을 빌리고, 자신이 경영하는 월드인월드가 투자한 자금 62억원, 자신이 보유한 현금 25억원, 동진산업과 태원전기로부터 조달한 자금 50억원, 한솔창투에서 빌린 자금 35억원 등 총 272억원으로 펀드를 조성했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권씨 측의 이같은 진술과 권씨측이 제출한 입출금내역서 및 차용증서 등을 참고해 오씨가 제기한 의결권(대리)행사금지 및 처분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고 권씨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준비서면대로라면 권씨는 PPRF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HK상호저축은행을 사실상 지배해온 주요출자자가 된다.

권씨가 주요출자자이면서도 HK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혐의가 있는 것도 또다른 의혹이다. 

지난 7월 검찰은 권씨 등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지법에 영장을 제출하면서 `권덕만씨가 HK저축은행의 출자자로서 지난 2003년 12월말부터 올 1월까지 9차례에 걸쳐 총 277억8000만원을 대출받았다`는 자료를 첨부했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출자자에 대한 대출을 불허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씨측 변호인은 "권덕만씨는 HK로부터 단한푼도 대출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오영석씨 등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모호한 대출항목을 모두 권씨가 실차주인 것처럼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다.

권씨측은 "다만, 권씨 동생과 `월드인월드개발`이 지난 2004년 4월과 10월에 대출을 받았지만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씨가 월드인월드개발(現 새로운성남)의 대표로 있었지만 돈을 빌린 당시에는 대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또 PPRF 자금조성 과정에서 자신의 돈 25억원을 투입하면서 오영석씨를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일단 권씨가 출자자 신분으로 부당한 대출을 받았는지 여부와 각종 금융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도 이번 검사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HK저축은행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최대주주인 PPRF와 2대주주인 선진씨엠씨측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K저축은행은 대주주간 경영권 다툼과 재무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BIS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진 것이 최종 확인되면 증자명령 등 `경영개선권고`를 내릴 방침이다.

`권덕만씨가 HK의 실질 소유주이냐`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부분에서도 검사과정에서 확인되는 사항이 있다면 검찰고발 등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HK의 실질 소유자에 대한 한국과 미국 댈러웨어주 법원의 판결이 나오게 되면 권씨와 PPRF의 의결권도 제한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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