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0원" 무한경쟁…부작용은 없을까?

요기요, 쿠팡이츠 점유율 증가에 '더 센 카드' 내놔
소비자 무료배달 경쟁에 '환영'…최종가 경쟁 확대
자영업자 "비싼 요금제로 유도…음식가격 올릴 수도"
  • 등록 2024-04-07 오후 4:06:16

    수정 2024-04-07 오후 7:12:12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주요 배달 플랫폼 3사가 모두 ‘배달비 0원’을 선언하면서 배달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소비자들은 비싼 배달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배달비 무한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료배달을 이용하기 위해 특정 배달방식(묶음배달)을 선택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전체적인 배달 서비스 품질 저하뿐만 아니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는 자영업자들과 배달대행업체들 사이에서도 “자체 배달을 키우려는 플랫폼의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배달 플랫폼 3사가 무료배달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배달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배달 플랫폼 3사 모두 무료배달…‘생존게임’ 돌입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음식 배달 시장이 정체되면서 배달 플랫폼 업계의 무료배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쿠팡이츠가 유료멤버십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묶음배달에 대해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하자 배민은 회원제 상관없이 수도권에서 ‘알뜰배달’(묶음배달)을 무료 제공하며 맞불을 놨다.

양사의 행보에 요기요도 지난 5일 뒤늦게 무료배달 경쟁에 참여했다. 전국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체 구독서비스 ‘요기패스X’ 가입자에겐 4000원 쿠폰을 지급, 월 구독비 2900원을 초과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요기패스X 가입자는 최소주문금액도 필요없이 무료배달이 가능하다.

이처럼 요기요가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건 최근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 2위 자리를 두고 쿠팡이츠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쿠팡이츠는 최근 무료배달 카드를 꺼낸 이후 요기요를 제치고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 2위에 올랐다.

빅데이터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 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74만2933명으로 전년동기대비 6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기요는 602만7043명으로 오히려 16.6% 감소했다. 배민은 전년동기대비 0.2% 증가한 2193만4983명으로 2위 업체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특히 배달 플랫폼은 다른 업종에 비해 충성도가 낮은 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배달비를 포함해 최종 지불하는 가격으로 이용 앱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배달 플랫폼들이 점유율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센 카드’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앱을 주로 사용하는 젊은층은 적은 지출액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할인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주요 배달앱 회사가 배송비 무료를 선언했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환영’ 외치지만 점주는 ‘수수료 어쩌나’ 고민

일단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무료배달이 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다.

배달 플랫폼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용한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배달비가 외식물가를 높이는 데 한몫을 했는데 배달비 부담이 사라지니 좀 시켜먹을 맛이 난다”며 “언제까지 이런 행사를 이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고물가 시대에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의 배달비 무한경쟁이 마냥 반길만한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쿠팡이츠나 배민이 묶음배달을 기준으로 무료배달을 제공하는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불만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선 “묶음배달만 공짜여서 효과가 낮다”, “무료여서 묶음배달을 시켰더니 2시간이 다돼야 도착했다”, “생일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모임이 끝날 때까지 오지 않았다” 등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배민의 경우 동일 주문에 대해 배달 시간이 다르게 측정되고 있다. 배달이 몰릴 때의 묶음배달과 한집배달은 최대 30분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무료배송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은 비가 오는 날에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할증료나 배달이 몰릴 때 추가되는 비용 부분을 플랫폼이 부담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플랫폼을 활용 중인 자영업자들은 이들의 무료배달 경쟁에 등허리가 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무료배달로 유입되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선 배달중개와 배달대행을 모두 맡기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률제 수수료 기반의 배민 ‘배민1 플러스’, 쿠팡이츠 ‘스마트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이 요금제에서만 묶음배달 소비자들의 주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요기요의 경우엔 단일 요금제로 무료배달 주문을 받기 위한 특별한 가맹계약이 필요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어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가격 이원화시키는 점주들도, 배달대행업계도 ‘우려’

자영업자들의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자영업자는 “배민1 플러스와 스마트요금제는 가게에서 직접 배달하는 주문을 깎아 먹고 자체 배달을 키우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자체 배달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분명히 가게 배달료보다 건당 배달료는 낮을 것이다. 점주들은 들어오는 주문을 받기 위해 비싼 수수료를 내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자영업자는 비싼 수수료 때문에 배달엡에 표기하는 가격과 가게로 직접 주문시 가격을 이원화시켰다는 고백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가게 배달 주문을 늘리기 위해 가게로 직접 주문하는 경우 음식 가격을 조금 더 싸게 받는다”며 “이렇게 일반가게 배달 혜택을 늘리고 전화주문이나 포장에 대한 혜택도 늘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자 역시 “비싼 수수료나 고객들이 배달이 늦다고 항의 전화가 오는 것을 따져보면 가게 배달에 대한 음식값을 내리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의 자체 배달 확대는 배달대행업계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무료배달에 쏠릴 경우 장기적으론 자영업자들이 직접 배달대행업체와 계약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무료배달이 늘어나면서 각 플랫폼에서 자체 배달원들을 늘리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지역의 중소 배달대행업체들의 경우엔 점차 계약이 줄면서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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