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수도권 청약 시장이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브랜드 아파트’라고 불리는 대형 건설사 아파트도 청약 경기 한파에 속수무책이다. 매매 시장 위축·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맞물리면서 서울에도 미분양 물량 할인 분양에 ‘무순위 청약 4수’까지 등장했다. 지방발 미분양 공포가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청약 불패’로 통하던 서울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주택시장 냉각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할인 분양과 무순위 청약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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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무순위 청약(아파트 정당계약 이후 미분양·미계약 물량이나 당첨 취소 물량이 생기면 청약가점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청약 방식)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본 청약을 받은 후 네 번째 무순위 청약이다. 무순위 청약으로 당첨자를 정해도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실제 미분양이나 미계약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기보다 무순위 청약은 1.1 대 1을 기록해도 분양 규정상 다음 무순위로 넘겨 진행하게 돼 있다”며 “주택 시장이 냉랭해진 영향 탓도 있지만 무순위 청약 방식이 아닌 선착순 분양 방식이었다면 이미 분양을 끝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증가세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5월 573가구에서 6월 837가구로 264가구(46.1%) 증가했다. 경기(496가구)와 서울(215가구), 인천(126가구) 순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았다. 이들 준공 후 미분양 단지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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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분양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미분양 물량을 할인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78㎡ 기준 11억4000만원에 달했던 분양가를 8억6000만원대까지 낮췄다. 이런 고육책을 써도 이 아파트는 지난 25일 기준 전체 216가구 중 25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분양가가 많이 오른데다 대출 규제와 추가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분양시장도 당분간 관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다. 5월(3563가구)과 비교해 한 달 만에 893가구(25.1%)나 늘었다. 지난 2020년1월(4901가구)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양이다. 경기 양주시(802가구)와 연천군(441가구), 성남시(71가구) 등이 미분양 물량 증가를 이끌었다.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청약 시장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기존 주택 시장이 금리 인상 압박에 눌려 있는 데다 집값이 이미 고점을 찍고 하강 중이라는 인식도 확산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있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주택시장 규제 완화 정책이 잇달아 발표됐음에도 전반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 등이 아파트 분양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복절 이전 발표할 정부 주택 공급정책도 변수다. 정부가 25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예상한 가운데 물량과 입지가 시장 눈높이에 들어맞는다면 청약 수요자가 대기 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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