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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은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부터 배럴당 10달러를 돌파한 이후 최근까지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첫째 주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24.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이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납사(나프타) 등의 각종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정유사에 정제마진은 수익의 바로미터다. 일반적으로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배럴당 1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은 올해 들어 국제유가 상승에 맞춰 오르기 시작해 현재 두자릿수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요까지 받쳐주자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올해 초부터 80% 안팎의 원유정제설비(CDU)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CDU는 원유를 끓는 점의 차이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등 각종 석유제품으로 분리하는 공정을 말한다. 정유사는 정제설비 가동률을 높이거나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며 가장 합리적인 손익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4월 평균 국내 정유 4사의 CDU 가동률은 78.7%로 전월(77.90%)대비 0.8%포인트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0%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에 따른 원유 정제설비 투자 감소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정제마진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영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석유제품의 타이트한 수급 여건으로 2023년까지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할 전망”이라며 “특히 글로벌 석유개발(E&P), 정유기업의 경우 장기 원유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정제설비 신증설에 매우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국제 유가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수입 부분 금지에 따라 다시 출렁이면서 정제마진에 변수가 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에서는 언제든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 일정한 정제마진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정제마진 변동성도 큰 만큼 국제유가와 석유 수요 추이를 살피면서 정유공장 가동률 조정 등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