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정기 사장단 인사에 이어 지난 4일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우선 사장단 인사를 통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이재승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과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최시영 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등 3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키면서도 올 한 해 뚜렷한 성과를 낸 반도체와 가전 등 주요 사업 부문에서 보상 승진을 확대한 것이다. 이날 인사로 삼성전자에서는 전체 사장단 13명 가운데 사업지원·법무 등을 제외한 사업부문 사장 10명 중 8명이 50대로 채워졌다.
이같은 보상 인사는 정기 임원 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부사장 31명과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을 승진시켰다. 이는 2017년 말 단행한 2018년 정기 임원 인사(221명) 이후 최대 규모다.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과 이석준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 등 반도체와 가전 부문에서 승진자가 쏟아졌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 내년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 이 부회장이 ‘반도체 비전 2030’과 ‘글로벌 가전 1위’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이번 인사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린 것”이라며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쇄신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다만 내년 경영을 두고 불확실성은 한층 증대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등 다양한 변수 속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가전, 모바일 등 주요 사업을 지속 선도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시스템반도체 육성 등을 통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133조원을, 차세대 퀀텀닷(QD)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해 13조1000억원을 투자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해 후속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규 투자가 절실한 AI와 바이오, 전장 등 신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은 회장 취임을 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회장 취임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49재가 지난 뒤에야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49재는 이달 12일에 열린다. 다만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 선고가이 내년 1월 하순께로 예상되는 만큼 이 회장이 섣불리 회장 자리에 앉기보다 내년 선고 이후 취임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안정속 쇄신 인사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삼성전자의 초격차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여전히 사법리스크와 코로나19, 상속세 재원 마련에 따른 지배구조 문제 등 경영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다”며 “그나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내년초에 마무리되면 한숨을 돌리고 시스템반도체 비전 달성 등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