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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그는 “법원행정처 행위로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누구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과 바른 재판을 위해 애쓰는 후배 법관을 포함한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다”며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은 후배 법관들과 법원 수장 중에 누구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나’ 등 취재진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고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등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는 박병대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은 문모 당시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자신에게 향응을 제공한 건설업자 정모씨 뇌물사건 재판 내용을 유출했는데 법원행정처가 검찰에서 이런 비위 의혹을 통보받고도 구두 경고로 그쳤다는 의혹이다. 고 전 대법관은 이 과정에서 당시 윤인태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연락해 해당 사건의 변론을 재개하도록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문 전 부장판사와 정씨,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친분을 이용해 상고법원 신설 협조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문 전 판사의 비위를 덮으려다 일선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한다.
그는 또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수사기밀을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법원에 내려보낸 혐의도 있다.
양승태 시절 법원행정처장 3인이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 소환시기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한 후 양 전 대법원장을 부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