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안락사와는 달라요"…연명의료결정제도 본격 시행

4일부터 윤리위원회 설치·등록 의료기관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가능
요건 충족 시 무의미한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할 수 있어
적용 대상, 안락사 등과의 차이, 법적 효력, 방법은?
  • 등록 2018-02-04 오후 3:42:40

    수정 2018-02-04 오후 3:42:4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4일부터 시행됐다.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 의사를 남겨 놓을 수 있게 된다. 연명 의료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 행위로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라 요건을 충족하는 환자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하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된다.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대상, 안락사 등과의 차이, 법적 효력, 비용, 방법 등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 추진위원장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찾아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소’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원혜영 의원실.
-사망하는 모든 환자가 이 법의 적용을 받나?

△아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고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을 이행하고자 하는 환자가 아닌 경우라면 의료법, 응급의료법 등 관련법에 의한 일반적 원칙을 따라야 한다.

-이 법 제정으로 안락사와 존엄사가 합법화된 것인가?

△아니다. 법에서 규정하는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키로 하는 결정을 말한다.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시술을 시행하거나 물·영양·산소의 단순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연명 의료 중단 또는 유보)과 안락사, 존엄사, 웰다잉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안락사’(安樂死·euthanasia)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망을 위한 방법과 시기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과 다르다. ‘존엄사’(尊嚴死·death with dignity)는 사망하는 사람의 존엄성 확보를 목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것으로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전제된 환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을 인정하는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의 이행과는 구별된다. 행복한 죽음이라는 뜻을 지닌 ‘웰다잉’(well-dying)은 유언 작성, 장례 절차 준비, 유산의 상속 및 기부 등을 포함해 임종 문화에 관한 포괄적 용어로 정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고 있다.

-시범사업 기간 중 작성·등록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의 법적 효력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모든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나?

△아니다.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보건복지부에 등록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등록 의료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www.l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꼭 본인만 작성해야 하나?

△그렇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작성자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기 전이라도 미리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로, 적법하게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향후 특정 요건 하에서 본인의 의사로 간주돼 실제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본인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한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 입원중인 환자가 음악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국립암센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를 한 번 작성하고 나면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변경이나 철회가 가능하다.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나 뇌사 상태 환자도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나?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인지 여부나 통상 뇌사 상태라고 지칭하는 환자인지 여부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아니다. 어떠한 상태의 환자라 하더라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오직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해당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환자 의사 확인을 거쳐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실제 연명 의료를 받지 않기 위한 절차는?

△우선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에 의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환자가 연명 의료를 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다만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모두 없고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평소 연명 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고 그 내용을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모든 경우가 불가능하다면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해 환자를 위한 결정을 할 수 있고 이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해야 한다.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친권자가 그 결정을 할 수 있다.

-환자 가족이 없는 환자도 연명 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나?

△무연고자나 독거 노인 등 환자 가족이 없는 경우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통해 환자 스스로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에 관한 의사 표시를 한 경우에만 연명 의료의 중단 또는 유보를 할 수 있다. 환자 가족이 없는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라면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없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 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한 환자의 경우, 보험금 청구 시 불이익을 받게 되나?

△그렇지 않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 및 그 이행으로 사망한 사람과 보험금 수령인 또는 연금수급자에 대해 보험금 또는 연금 급여 지급 시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된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DNR(심폐소생술 금지)의 효력은 어떻게 되나?

△DNR은 임상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문서이지만 의료기관에서 ‘심정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해 오던 임의 서식으로 작성 주체 및 작성 방법 등도 통일돼 있지 않다. 연명의료결정법과 관계 없이 응급 상황 등 의료기관 판단 하에 DNR 사용의 가능성은 있겠지만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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