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매니저)Greek Kid

  • 등록 2010-05-12 오전 10:23:15

    수정 2010-05-12 오전 10:23:15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아서 캘라브리티노스라는 사내가 있다. 올해 나이 49세. `존핸콕 펀드`에서 1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공식직함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다.

캘라브리티노스의 뿌리는 그리스다. 미국행 배에 올랐던 조부는 보스턴으로까지 흘러들었지만 그에게 아메리카 드림은 허락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삼촌들의 삶도 그저그랬다. 보스턴 뒷골목에서 선술집을 하던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캘라브리티노스는 자랐다.

그는 그래도 가난한 그리스계 출신 치고는 출세한 인물축에 든다. 물론 대중적인 유명세를 날리는 거물은 아니다. 큰 손들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은 다소 생소하다. 그러나 미국 항공업계와 구조조정 업계에선 그를 얕잡아보지 못한다.

캘라브리티노스의 주전공은 재활용이다. 재무악화로 나자빠진 기업들 더미에서 재활용 가치가 있는 기업을 찾는다. 아마도 12년전 짜릿했던 손맛 때문에 계속 이 분야를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98년 글로벌 경기후퇴로 구리생산업계가 극심한 자금압박을 겪자, 그는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 프리포트 맥모란 코퍼&골드라는 구리생산업체의 채권과 주식을 거의 싹쓸이한 것이다.

캘라브리티노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다른 이들은 프리포트 맥모란의 가치를 몰랐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만으로 회사의 리스크를 저울질했다. 주가의 표준편차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이 회사를 외면할 때 나는 가능성을 엿봤다."

12년전 10달러였던 프리포트 맥모란의 주가는 현재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10달러에 주식을 매입했던 그는 105달러에 지분을 처분했다. 40% 할인된 가격에 매입한 이 회사 채권도 정상가를 회복하면서 그에게 대박을 안겼다.

캘라브리티노스는 "교과서에 실린 정통 공식으로는 실질적인 리스크를 측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업회생작업에 들어갔거나 파산한 은행의 대출채권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결국 어디나 그렇지만 이 바닥의 성공비결도 공부와 인내다. 델타에어라인에서 이사를 지냈고 노스웨스트항공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일했고 지금은 AIG의 회장으로 있는 더그 스틴랜드는 침이 마르게 그를 칭찬한다.

"캘라브리티노스는 구조조정 기업에 깊이 관여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아요.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업종을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공부하고 또 공부합니다. 단타가 아닌 장타를 노리는 진정한 롱텀 매니저죠"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과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폭풍 속에 쓰러지는 기업과 은행은 앞으로도 속출할 것이다. 적자생존의 전투가 끝나고 나면 시체 더미 위에서 좀 더 푸짐한 살점을 차지하기 위한 사냥꾼들의 다툼도 본격화할 것이다.

칼라브리티노스 역시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부하지 않는 이에게, 조바심을 내는 이에게 기회는 피해간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나라 그리스의 몰락을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측은지심? 글쎄.

"인생은 짧다. 여러번의 기회는 커녕 단 한번의 기회를 붙잡기도 힘들다. 완전연소할 때까지 타오르지 않으면 인생에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그는 오늘도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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