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대책에 이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보유세 양도세 인하, 재건축규제 완화, 뉴타운 조성 등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집값 하락도 막고,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줄어드는 일자리와 얼어붙은 소비, 둔화되고 있는 성장 속도를 막아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시점에 자칫 추가 버블을 통해 버블 붕괴를 막는 양상으로 이어진다면 중·장기적으로 나라 경제에 더 큰 해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대책의 홍수
6·11 미분양대책, 8.21 후속대책, 9·1세제개편, 9·19 주택공급대책, 9·23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정부의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책이 숨가쁘게 발표되고 있다.
굵은 줄기들을 살펴보면 부동산 관련 세금규제를 제거하고, 개발이익이 큰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푸는 한편,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녹지를 주택부지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남은 것은 LTV와 DTI로 대표되는 금융대출 규제 정도. 그나마 종부세와 양도세 부과 기준이 됐던 고가주택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금융대출 규제 기준도 동일하게 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가계발 신용위기를 키울 수 있는 대출규제 완화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대책에도 불구 부동산·건설 경기가 계속 바닥을 긴다면 `대출규제를 풀자`는 유혹을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급격한 집값 하락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규모가 23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집값 급락은 `담보가치 하락→대출상환을 위한 매물 출회→주택가격 추가 급락`이라는 고리를 형성,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당장은 불안한 경기전망으로 투기자금이 숨어있지만 잠재된 투기수요는 언제든 규제완화의 물살을 타고 일시에 되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정책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시점에 내놓은 대규모 주택공급대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규제를 풀어 집값하락도 막고 건설경기를 부양해 경제도 살리겠다는 정부의 두 갈래 처방이 향후 경기흐름을 잘못 탈 경우 `부동산 투기과열`과 `대규모 부실양산`이라는 양극단으로 전개될 우려도 적지 않다.
◇ `열매는 썼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인위적 부양책의 열매는 결코 달지 않았다.
IMF 직후 일었던 벤처붐은 2000년 IT버블 붕괴로 코스닥 투자자의 가슴을 후벼팠고,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소비진작은 2003년말 LG카드발 신용위기로 이어졌다.
부동산 진작을 통해 IT버블 붕괴를 해소하려 했던 미국은 6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경기하강과 초대형 은행들의 대형파산 등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부동산 거품을 제때 빼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생산적인 곳으로 돌리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현재 GDP대비 부동산시가총액은 5.4배로 일본의 버블붕괴 직전인 5.9배에 근접해 있다"면서 "지금은 어느 때 보다 신중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규제까지 풀 경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