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이제는 "공공의 적"

  • 등록 2002-07-08 오후 12:43:10

    수정 2002-07-08 오후 12:43:10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의 풍족한 물자는 시기와 동경의 대상이다. 냉장고 가득히 넘치는 맥주, 감자칩, 그리고 전자렌지에 데우기만 하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인스턴트 식품, 거기에 미국의 문화로 일컬어지는 야구 농구 풋볼과 같은 각종 프로스포츠에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그러나 세상은 무작정 불공평하지는 않은 법이다. 이같은 풍족한 물자와 놀거리 뒤에 항상 미국인들의 발목을 붙잡는 불청객이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비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과 같은 풍부한 소비 문화를 가진 나라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비만이 이제는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비만, 세계의 근심(Obesity:World Wide Woe)"라는 기사를 내보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비만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6%로 20년전에 비해 무려 2배이상 급증했다. 그렇지만 그 문제의 심각성은 미국 이외에 영국 호주 프랑스와 같이 소위 말하는 선진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비만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톡홀롬 소재 허딩대학병원의 비만전문연구가인 스테판 로스너 박사는 "전세계 어느 지역을 살펴보더라도 비만인구의 비율이 늘어나지 않은 곳은 없다"며 "심지어 저개발국가들이 집중된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비만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OECD의 보고서가 단순히 비만인구의 비율 증가를 초점에 맞췄다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보다 구체적인 현실과 문제까지도 지적하고 있다. WHO는 최근 잇따른 보고서를 통해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동시에 거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영국의 의학자 필립 제임스는 최근 국제심장병학회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현재 비만의 문제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비만으로 인한 대재앙이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비만으로 생길 수 있는 가장 1차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당뇨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5년동안 전세계 당료병환자는 현재 미국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약 3억20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뇨병은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심장질환일 뿐만 아니라 각종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성인병이다. 로스너 박사는 "비만으로 인한 당뇨는 대단히 위험한 질병이며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다른 질병들을 치료하는 비용보다 부담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이외 다른 지역에서도 비만인구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최근 몇년간 자전거 이용인구의 비율이 줄고 반대로 오토바이 사용인구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비만과 심장 질환자수가 급증했으며, 멕시코에서는 경제가 비교적 큰 폭으로 성장했던 지난 10년동안 비만인구의 비율이 60%로 급증했다. 빈곤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아프리카 대륙 역시 비만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남아공의 포체스트룸대학의 연구원인 에스트 보스터는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와 같은 북부아프리카 지역에서 15세에서 45세 사이의 여성 비만비율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터는 "아프리카 대륙이 아직도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비만율은 크게 급증하고 있다"며 "문제는 아프리카에서는 살이 찐다는 것이 부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비만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 역시 이제는 흡연이나 안전벨트 착용의 사례에서 처럼 단순한 캠페인의 수준을 넘어 제도화, 법규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는 최근 청소년들의 비만이 급증하면서 보건장관령으로 학교급식에서 신선한 과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 식수대 설치를 늘리도록했다. 또 영국와 호주에서는 학교에서 각종 운동과 다이어트프로그램의 개설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테러가 미국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미국민의 적은 비만"이라며 "비만을 해결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별과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제 비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가 됐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수 없다"는 옛말이 있지만 너무 풍족한 물자로 인해 빚어진 비만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과연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라는 격언이 다시금 생각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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