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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차분히, 꾸준하게.’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67)이 세계적 석유기업 셸(Shell)에 20년 몸담으며 체득한 ‘키워드’다. 석유·가스전 탐사는 성공 땐 큰 결실로 이어지지만, 그만큼 상업성 있는 유전을 찾을 확률이 낮고 적잖은 돈이 들어가기에 모험적 도전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정치적 논쟁도 뒤따른 이력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결국 과학·기술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차분히 꾸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국내 최고 석유 전문가로 꼽히는 김동섭 사장이 지난달 대한민국을 다시 산유국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최일선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3일 포항 앞바다(제8광구 및 6-1광구)에 석유·가스 35억~140억 배럴 존재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공사의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한 것을 계기로 그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계획 승인 직후 올 12월 첫 탐사시추 개시를 목표로 국내외 투자 유치 작업에 착수했다. 개당 1000억원 가량이 들어가는 시추공을 다섯 개 이상 뚫어야 한다. 즉 최소 5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3년 준비 끝 첫 단추 꿴 광개토 프로젝트
김 사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석유 전문가다. 서울대 조선공학 학·석사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박사학위 취득 후 20년간 세계적 석유기업 쉘에서 연구원, 아시아태평양 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자를 지냈다. 이후 SK에너지에서 기술원장을 거쳐 2021년 국내외 석유개발과 비축을 맡은 공기업 석유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그곳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강한 추진력이 있는 리더라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그는 취임 2년 차인 2022년 석유공사의 12년 연속 당기순손실 흐름을 끊고 흑자 전환시켰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 기조다. 조직 내실화 노력이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해외 유전 수익 확대와 맞물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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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발표 직후 이어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해왔던 일을 똑같이 해왔는데 관심이 너무 커져 깜짝 놀랐지만,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이고 해외 투자유치도 필요한 만큼,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높아진 관심에 대한 그의 유일한 걱정은 기대와 우려가 커지면서 직원들이 관련 이슈에 대응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꼭 가야 한라면…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가야
이번 동해가스전 프로젝트처럼 꼭 해야 하는 일이고 기술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앞으로의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성공을 의심하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당장 내년 초 첫 탐사시추에 실패한다면 이 부정 여론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첫 탐사시추에 성공하더라도 상업생산은 2027년 이후다. 모든 유전 탐사 프로젝트가 그렇듯 최소 3~4년 동안 1년에 1~2공씩 5곳 이상을 탐사시추해야 성과를 바라볼 수 있다. 동해-1 가스전 역시 탐사에서 상업 생산까지 6년이 걸렸다. 그동안 10공을 팠으나 모두 실패했고 11공째가 돼서야 비로소 성공했다. 미심쩍어하는 여론이 이번에도 성과를 기다려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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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이 이번 프로젝트의 결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3년의 공식 임기는 지난 6월7일로 끝났다. 물론 프로젝트가 이제 막 닻을 올린 만큼 그의 공식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본인의 거취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현 관심사는 이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꾸준히 진행되고, 나아가 우리가 산유국 지위를 되찾는 결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동섭 사장은…
△1957년 출생 △경북사대부고 △서울대 조선공학 학·석사 △미국 오하이오대 대학원 공학박사 △미국 로열 더치 셸 아시아태평양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자 △SK에너지·SK이노베이션 기술원장 △울산과기원 산업공학과 교수(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 △해외자원개발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