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병원이 환자의 수술을 거부한 것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병원이 환자의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진=인권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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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26일 HIV 감염인의 수술을 거부한 서울 관악구 B병원에 대해 “특정인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를 했다”며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HIV 감염자라는 이유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A씨는 지난해 오른손등을 다쳐 골절 수술을 받기 위해 B병원 정형외과를 방문했지만, HIV 약 복용 사실을 안 병원 측은 “기구가 준비돼 있지 않다. 수술 여건이 안 된다”며 수술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 수술을 받아야 했다.
B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HIV 감염인 수술을 하고 나면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소독을 위해 수술실을 일정 시간 폐쇄해야 한다”며 “하루 6개 수술실에서 20개가 넘는 수술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진행되고 있어 수술실을 폐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HIV나 투석환자처럼 흔하지 않은 만성질환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환자가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권유하는 게 통상적이고, 수술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A씨에게 전원을 권유했을 뿐 차별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병원이 수술을 거부한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질병관리청의 HIV 감염인 진료 지침에 따르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표준주의 지침을 준수할 경우 혈액 매개 병원체를 보유한 환자의 수술을 위해 별도의 장비나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덧붙여 “이번 사건에서도 A씨 수술을 위해 특별한 도구나 약품 등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데도 다음 날 예정된 수술을 거부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안내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B병원 이사장에게 소속 의료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HIV 감염인 진료를 위한 직무교육을 진행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