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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지리멸렬한 주요 야권의 리더십과 분열양상을 보면서 내놓는 21대 총선에 대한 전망이다. 야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우리공화당 등으로 분열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정계개편 과정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주요 근거다.
“장기적으론 탄핵 심판 나쁘진 않아” 자조도
28일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총선이 9개월도 남지 않은 현재 한국당과 바른미래당·평화당은 일제히 지도부 리더십이 흔들리는 총체적 위기라는 평가다.
제1야당인 한국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황교안 대표 2선 후퇴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황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고려하면 총선 승리를 위한 외연 확장과 보수대통합 주도권 행사 부분에서 불합격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최근 당직 인선 과정에서 다시 불거져 나온 해묵은 친박(박근혜)·비박 갈등,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괴물집단’에 빗대 당원권 정지 3개월을 받았던 김순례 최고위원의 유야무야 최고위 복귀, 박순자 의원의 국토교통위원장 버티기에 대한 내부 교통정리 실패와 초유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등 악재만 쌓이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태극기 세력이 주요지지 기반인 우리공화당의 존재도 한국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결국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를 중심으로 한 개혁 보수 세력과 강성 보수인 우리공화당 사이에서 좌표설정을 해야 하는 데 황 대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일부 비박계에서는 “국회는 탄핵에서 벗어나 있었으니 장기적으로 보면 총선에서 한번 심판받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자조 섞인 탄식까지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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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사정은 더 심각하다. 각각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이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非)당권파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면서 당이 둘로 쪼개진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은 4.3 재보궐 선거 이후부터 손 대표 퇴진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평화당은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차기 대권 주자 안철수’를 중심으로 국민의당을 결성했을 때와 달리 야권발 이합집산을 통한 정계개편도 녹록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주요 야당 지도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 표정관리를 하면서 공식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야권 분위기를 고려하면 일부 PK(부산·경남) 지역 등을 제외하고는 본선보다 경선이 중요할 것이라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전반적인 당내 상황을 보면 야당보다 여당이 총선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야당은 단합해서 여당의 경제실정을 부각하고 경쟁을 해도 이길까 말까 한 구도에서 본인들끼리 시끄럽게 분란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여야 구도 자체가 공정하게 경쟁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여당은 일치단결해서 총선채비를 하는 데 야당은 기본적인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