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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협의에 성실히 응하되 국내 경쟁법이 한미 FTA에 합치한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FTA 발효 후 처음으로 양자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협의 주제는 한미 FTA 16장 경쟁 관련 사항이다. 한미 FTA 16장 1조3항은 경쟁법 위반 여부 판정을 위한 행정 심리 때 피심인이 방어를 위한 증거를 제시하고 발언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다.
USTR은 “공정위는 일부 심리에서 미국 이해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검토하고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변호 능력을 떨어뜨렸다”며 “양자협의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과징금 1조300억원과 시정 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USTR은 2017년 11월 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 때 공정위의 경쟁법 집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미국에선 피심인이 모든 증거서류를 열람·교부할 수 있는 증거 개시(디스커버리) 제도가 있으나 법 체계가 다른 우리나라나 유럽연합(EU), 일본에는 없다.
당시 USTR은 또 참고인 교차심문권도 요구했다. 검찰 격인 심사관과 피심인이 직접 이해관계자를 불러 교체로 심문할 수 있는 권리다. 공정위도 미리 통보한 사안에 대해선 교차 심문을 허용해 왔으나 퀄컴은 심리 과정에서 이를 요청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교차심문권을 허용하도록 규칙 일부를 바꾸기도 했다.
정부는 한미 FTA 절차에 따라 미국 측과 성실히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미 FTA 협정문은 한 당사국이 협의를 요청하면 다른 당사국은 이에 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당사국의 우려를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충분하고 호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쟁법이 한미 FTA에 합치한다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에 우리 의견을 충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