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터미널, 아프리카인 인천공항서 숙식 '무슨 사연?'

  • 등록 2015-03-08 오후 4:50:40

    수정 2015-03-08 오후 5:12:19

한국판 터미널. 한 아프리카인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무려 6개월 동안 지낸 ‘한국판 터미널’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영화 ‘터미널’ 포스터
[이데일리 e뉴스 정시내 기자] 한 아프리카인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무려 15개월 동안 지낸 ‘한국판 터미널’ 사건이 발생했다.

영화 ‘터미널’은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귀국할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한 동유럽인이 뉴욕 JFK공항 환승 구역에서 9개월 동안 지내며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에 보도에 따르면 2013년 11월 A씨가 이틀간 여객기를 세 번 갈아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내전이 반복되는 고국에서 입영을 거부하고 도망치듯 떠나온 A씨는 출입국관리 당국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당국은 난민 신청 사유가 부족하다며 A씨의 입국을 불허했고 이튿날 그를 태우고 온 항공사에 송환지시서를 보냈다. 영어에 서툰 A씨가 진술을 오락가락한 것이 그 이유였다.

귀국하면 구속될 것이라며 버틴 A씨는 항공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송환 대기실(출국 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또 힘들게 변호사를 선임, 기나긴 소송전을 시작했다.

환승 구역 내 대기실은 한번 들어가면 출국 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사실상 구금시설이었다. 당시에는 침구조차 갖추지 못했다. A씨는 치킨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때우며 생활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송환 대기실에서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인신보호 청구소송,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헌법소송, 정식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행정소송 등 3건이나 냈다.

인천지법은 작년 4월 대기실 수용이 법적 근거 없는 위법한 수용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당국은 그제야 A씨를 송환 대기실에서 환승 구역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줬다. 이는 무려 5개월 만에 풀려난 것.

20여 일 후 당국은 면세점 매장을 전전하는 A씨의 입국을 허가했다. 며칠 뒤에는 송환 대기실 내 난민 신청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허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 가처분이 나왔다. 또 서울고법은 올해 1월 말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한 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 1년 3개월 만에 마침내 정식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헌재 본안소송 선고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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