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목이 잘린 남성 시신이 여행가방에 담긴 채 군부대에 배달됐다. 남성은 갱단에 의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총장으로 밝혀졌다. 수사를 중단하라는 갱단의 요구를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 살인이었다. 공포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지난 2011년 멕시코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이다.
멕시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미 치안은 정치계화 유착한 갱단과 경찰의 시야에서 멀어진 살인자의 칼날에 찢겨지고 있다. 브라질 연방보건국이 지난 5월 발표한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연간 5만6337명이 살인을 당한다. 10분당 1명이 죽는 꼴이다. 콜롬비아 역시 마찬가지로 1년에 약 5만여명이 살해 당한다. 멕시코는 1만7000여명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만 1년에 평균 1460명이 범죄로 목숨을 잃는다. UN개발프로그램(UNDP)은 세계에서 살인율이 증가하는 지역은 남미뿐이라고 발표했다. UNDP는 보고서를 통해 “남미 18개국 가운데 11개 국가에서 10만명 당 10명 이상이 살인으로 사망하는 등 살인은 여전히 전염병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 남미 경찰 (출처=TN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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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범죄조직 유착관계 심각=남미의 치안을 단시간에 회복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10일자(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정부와 갱단간의 관계를 뿌리뽑지 않고는 남미의 치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UNDP에 따르면 살인자에 대한 유죄율은 세계 평균 43%다. 하지만 남미는 20%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수치가 범죄자가 법과 윤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방증하는 자료로 보고 있다. 남미공동경찰국(LAPOP)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는 30초에 1대의 휴대전화가 절도 당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경찰이 처리하는 건수는 하루에 65건뿐이다. LAPOP은 “만약 경찰이 범죄에 물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민들 3명 중 1명이 범죄자와 연관이 있는 남미에서 안전지대는 없다”고 덧붙였다.
불안한 치안으로 발목잡힌 남미 경제=열악한 치안은 남미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업체 매니지먼트 & 피트(Management & Fit)는 아르헨티나 경제발전을 막는 요소로 응답자 84%가 치안불안을 꼽았다고 발표했다. 스페인계 BBVA은행 수석분석가 호르헤 시실리아는 2012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멕시코 경제가 5.5% 성장했지만 치안 불안만 없었다면 1%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역시 한국기업이 남미 진출하는 데 가장 걸림돌로 생각하는 것이 치안 불안(14.1%)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연례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브라질, ‘범죄와의 전쟁’ 선언=남미 지역이 치안 회복에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브라질은 2008년부터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지역을 중심으로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담당경찰(UPP)를 설립했다. 브라질 정부는 UPP 설립 이후 리우데자네이루 살인 범죄가 2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251개 지역에 92억달러(약 9조3858억원)를 투자해 평화로운 도시 문화 조성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마약왕으로 불린 ‘엘 차포’ 구스만을 체포했고 3월에는 3년 넘게 사망한 것으로 위장해온 미초아칸 출신의 또 다른 마약왕 나사리오 ‘엘 마스 로코’ 모레오를 사살하는 성과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