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장간막림프관확장증' 소장이식 첫 성공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 이명덕 교수팀 16시간 대수술 속 임상쾌거
고난도 중증 이식 수술의 이정표 세워
  • 등록 2014-07-01 오전 10:02:31

    수정 2014-07-01 오전 10:02:3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국내 의료진이 희귀 난치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에게 장기이식 분야에서 가장 어렵다는 소장이식을 성공했다. 특히 이 환우가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소장이식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 이명덕, 장혜경(소아외과)김지일(혈관이식외과), 김상일(감염내과) 교수팀은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을 앓고 있는 환자 김 모씨(여, 28세)에게 뇌사자의 소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임상성과를 거뒀다.

장간막림프관은 우리가 음식으로 먹은 영양소가 흡수되어 몸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확장증은 태아의 신체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림프관 발달에 이상이 생겨 창자와 장간막에 분포하는 실핏줄처럼 가늘게 구성되어야 할 림프관이 확대되고 흐름이 차단되어 정체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년간 정체되면 복벽 자체의 기능을 잃어버려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염증을 일으킨다.

또한 이 질환으로 림프관 일부는 복강으로 다른 일부는 창자의 점막을 통해 림프액이 새어나간다. 결과적으로 림프성 복수가 복강에 아주 많이 차고 창자로는 혈장성분과 비슷한 진액이 창자를 통해 대변으로 흘러나간다. 특히, 알부민 등 대량의 혈장단백질이 유실되는 단백유실성창자병을 동반하게 된다.

김 모씨는 어렸을 때부터 림프관확장증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배 둘레가 120cm 나 될 정도로 복수가 차고, 빼내어도 며칠 내 금방 차올랐다. 오뚜기와 같은 본인의 모습에 자신이 없어 대인 기피까지 생길 정도였다. 또한 창자로 단백질이 빠져나가 영양실조가 계속되고 혈장 알부민이 1.5~1.7(정상은 4이상)밖에 되지 않아 다리가 붓고 근육이 없어 아주 가늘다. 성장장애도 심해 28세의 나이에 신장은 150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질환은 의사경력 30년 이상의 이명덕 교수 조차 ‘말로만 듣던 환자를 처음 봤다’ 할 정도로 드물다.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약 2천명 이상의 소장이식 사례는 있었으나 김 모씨가 앓고 있는 장간막림프관확장증으로 소장이식에 성공한 사례는 3년 전 세계학회에 보고된 유일한 1례가 전부였다.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은 국내 의료법상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아직 등록되지 않아 김 모씨 부모들은 진료비의 정책적 혜택이 없지만 딸의 치료를 위해 열성을 다했다. 더욱이 완치가 보이지 않는 질환이라 계속된 치료에 경제적 고난은 가속화 되었다.

김 모씨는 태어나면서부터 장폐쇄 수술을 받았고 2살 때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국내 유명 병원들을 전전하였으나 별다른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09년 1월 김 모씨는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와 이명덕 교수에게 전원되어 처음 만나게 됐다.

김 모씨가 이 교수로부터 진료를 시작했을 때도 복수로 인한 배가 차오르는 증상으로 많이 고통스러웠다. 많을 때는 하루에 2L이상 뽑기도 했다. 이 교수는 복수를 밖으로 뽑아버리는 것보다 차라리 복수가 깨끗한 영양액 성분과 비슷하여 혈관에 도로 넣어주면 영양실조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복강-우심방 레벤션트를 설치해 환자를 몇 년 동안 별 무리없이 살게 했다.

이 장치는 복수가 관을 통해 저절로 정맥을 통한 후 우심방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으로 중간에 펌프가 달려있어 손으로 누르면 복수가 올려져 흐르는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감염이 일어나 복수 내 조직인자의 활성화로 혈액 내 응고가 일어나면서 아주 위험한 고비를 맞았으나 가까스로 넘기게 되어 더 이상의 합병증이 생긴다면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결국 이 교수는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의 근본적인 치료인 소장이식을 결정했다. 물론 이론적으로 가능한 치료였지만 소장이식 후 남겨두는 위-십이지장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복수와 단백질 유실이 계속 일어날지 짐작되지 않았다. 또한 학회에 보고 된 유일한 사례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4월 20일 김 모씨는 오랜 이식 준비를 끝내고 이명덕 교수의 집도로 29세 여성 뇌사자로부터 소장을 이식받았다. 김 모씨에게 문제가 생긴 장간막림프관은 소장 및 대장 전체에 걸쳐있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단백질 유실이 소, 대장에서 이뤄지고 장간막에서 누출되므로 소, 대장을 바꾸는데 주력했다. 즉 공장 10cm와 항문-직장 15cm만 남기고 중간의 창자는 모두 절제한 후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해 연결했다.

뇌사자의 장기는 소장은 거의 대부분 포함되었고 대장은 우결장까지 이식했지만 김 모씨가 수술을 받고 식이를 하는데 충분한 길이였으며, 기능도 매우 좋아 환자의 빠른 회복을 예상했다.

수술은 16시간이 걸린 대 수술이었다. 소장이식 자체가 혈관을 문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미 유착되고 상당히 어지럽혀진 창자 전체를 절제하고 이식 창자와 연결하는 곳도 여러군데였다.

장루를 만들고 위장관에 여러개의 튜브를 설치했으며 당겨 붙이기 힘든 장간막에 이어주는 등 과정이 복잡했다. 또한 운동성이 큰 창자가 꿈틀거리다가 돌지 않게 자리를 잡아줬다.

소장이식은 다른 장기이식 수술처럼 어느 혈관만 이어주면 된다는 정해진 술식이 없고 현장에서 결정하고 복강 내 상황에 따라 변형해야 할 때가 많다. 특히 복잡한 과정 중에 어느 한 곳이라도 실수가 발생하면 수술이 실패하기 때문에 집도의 이명덕 교수는 기나긴 수술 시간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명덕 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환자가 한 달 후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다른 장기이식 환자와 마찬가지로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하는데 아직 정부에서 이식수술 후 필요한 면역억제제 사용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며 “정부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장이식 환자를 위해 면역억제제 보험 급여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환자 김 모씨는 “식사를 잘 할 수 있게되어 기력도 회복하고 찌그러지고 부서지기만 하던 손톱도 건강하고 예쁜 손톱으로 자라나고 있어 매우 행복하다”며 “서울성모병원 소장이식팀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모씨는 1일, 오전 건강을 되찾고 집으로 귀가했다. 앞으로 이식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2주에 한번 정도 내시경과 조직검사를 시행하며 차츰 1달에 한번 2달에 한번 정도로 간격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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