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시장 `봄날`은 왔다

판매 늘고 가격 뛰고..지표 회복세 뚜렷
실수요 증가 확인..일부 과열징후까지
제약요인도 상존..은행권 돈 풀기가 관건
  • 등록 2012-10-07 오후 4:00:42

    수정 2012-10-07 오후 4:00:42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미국 주택시장이 완연한 봄날을 맞았다.

올들어 8월말까지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판매량이 60만채를 넘어 작년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존주택 판매도 5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케이스쉴러 20대 대도시 집값도 5개월째 오름세다. 이 덕에 기존주택 재고물량은 지난 2006년 이후 6년만에 최저 수준이고, 신규주택 재고는 최근 50년만에 가장 낮다. 또 잠재적인 헐값 매물을 이르는 그림자 재고(shadow inventory) 역시 2년새 100만채 급감했다.

현 시점에서의 주택 구입과 임대시 비용 (자료= 트룰리아)


주택업계에서는 지난 1987년 31만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1993년에 바닥을 친 이래 6년마다 고점과 저점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소위 ‘6년 주기설’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도 실질적인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맨해튼 대형 중개업체의 앤젤라 우 중개사는 “집값이 하락하고 모기지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팔아버린 집이 늘어나 뉴욕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임대료가 뛰고 있고 가격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오히려 집을 사겠다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웃돈을 줘야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다.

한 조사에서는 집값과 임대료 상승률, 은행 모기지금리 등을 감안할 때 지금 집을 사는 게 임대했을 때 비용보다 평균 45%나 저렴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도 “자신 소득으로 대출금과 이자를 매달 갚아 나갈 수 있는 형편이 좋아지고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가계도 서서히 집을 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택경기를 좌우하는 가계 구매력이 살아나야 하는데 매달 10만명도 안되는 취업자수 증가세는 아직 실망스럽다.

또 은행들이 시중 크레딧 여건을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모기지금리 하락 노력에도 은행들은 모기지금리를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있다. 로렌스 윤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이코노미스트는 “수요자들이 아예 은행 대출에 접근하지 못한다”며 은행권의 노력과 정책당국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만 정책이 주택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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