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27일자 26면에 게재됐습니다. |
그의 직업은 `티(tea) 소믈리에`다. 커피 바리스타처럼 다양한 종류의 차를 테스팅하고 그 특징과 배경을 바로 알아 차를 소비하는 이들의 취향과 특징에 맞게 소개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아직 국내서는 생소하다. 와인이나 사케소믈리에는 들어봤어도 `티(tea)`는 백화점문화센터강좌나 서점에서 월간 차 잡지를 본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한 이씨가 이 생소한 차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7년째. 궁금해졌다. 지난 18일 이씨의 근무지인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티하우스 인사동점에서 그를 만나 수많은 식음료 중에 "왜 차(茶)였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광고학도가 차 마니아 되다 "졸업하면 으레 남들처럼 전공에 맞춰 입사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공개채용을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잘 몰랐어요. 커피 붐이 일 때였거든요. 커피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건강을 키워드로 차에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면 왠지 시장성이 있을 것 같았어요. 전공기질이 거기서 발휘된 거죠."
이씨는 우리나라 차 시장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는 총 232억6900만잔. 1인당 하루 평균 1.4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분석이다. 한국인이 1년 동안 평균 마시는 차와 커피 소비량도 60g 대 1800g. 웰빙에 등산 족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차 시장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수습 거쳐 점장까지 그에게 `차`는 `배움`의 이음동의어다. 그만큼 단기간에 티 소믈리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고달팠다. 입사하면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티소믈리에로 근무하게 되고 차 관련 심화교육 및 서비스교육, 티클래스 운영 등을 통해 각 직급별로 내부 평가를 거쳐 승급 심사를 받게 된다.
◇티 소믈리에 되려면 최근들어 다양한 삶의 패턴과 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믈리에`가 유망 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취미나 스펙, 창업의 발판 삼아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려는 일반인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매장 수가 적고 직영으로 운영되다 보니 채용방식도 오픈 매장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요. 오설록 이외에도 티 소믈리에를 육성하는 기관이 근래 들어 많이 생겨났어요. 대학원이나 문화원, 평생교육원 등이 수료증을 발급해주고 있더라고요. 중국이나 일본은 차 시장이 큰 만큼 정부인증 전문자격증이 나오죠. 때문에 해외에서 자격증을 따오는 경우도 많아요."
뛰어난 역량을 가진 티 소믈리에의 경우 백화점 문화센터나 호텔, 기업강의, 오설록에서 운영되는 티 클래스 등을 통해서도 본인의 역량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요즘 후배들 보면 안타까워요. 쉽게 시작하고 쉽게 그만두죠. 시작도 끝도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차가 채집돼 볶아지고 우려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차 한 잔은 결코 가볍지 않거든요."
[티 소믈리에] 소믈리에(Sommelier)란 프랑스어로 `맛을 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포도주를 관리하고 추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소믈리에 앞에 사케, 채소, 과일 등 먹을거리의 이름을 붙여 `특정 음식에 대한 전문가` 또는 `음식 감별사`란 의미로 쓰인다. 티 소믈리에는 전문 시음 테이스팅의 훈련을 거친 티 관련 전문가를 지칭한다.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티하우스]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의 30년의 집념이 오설록을 만들어냈다. 서 회장의 녹차사랑은 남달랐다. 화장품원료 및 향료 수입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서 회장은 일본 녹차 문화가 부러웠던 게 시작이 됐다. 70년대 초반 녹차밭 조성에 들어갔고 성공여부도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해 오설록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도순, 서광, 한남 등에 직영 다원을 운영, 국내 차 재배면적의 5%, 생산량으로 따지면 24%가 이곳에서 나온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연간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설록 티하우스는 우리나라의 차문화를 오롯이 담아낸 `복합 차 문화 공간`이다. 녹차잎과 한국의 차 문화를 오감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