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6자회담을 촉진하기 위해" 북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은 특사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문제를)양자 또는 다자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이 대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동서분주하고 있는 동안,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전반적인 남북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급기야 외교부장관 입에서는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이라는 선정적인 발언까지 나와 북미 대화 입장을 밝힌 당사국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 오바마 "北, 책임감 있는 행동할지도"
`제재와 대화`라는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은 최근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대북제재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적과도 대화한다`는 오마바 행정부의 외교방향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북한은 아마도 테이블 위에서 숟가락을 집어던질 수 없다고(we can't just bang our spoon on the table)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세계가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북한) 스스로 책임감 있게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어쩌면 생각할 것"이라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그렇기 때문에 잘만 되면 우리가 그 문제(핵 문제)에서 일부 진전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상당히 건강한 상태며, 북한에 대한 통치권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난달 방북 결과를 토대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이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같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북제재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제재의 일부를 실제 적용하도록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연합해 왔으며, 제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이는 성공적인 스토리"라고 말했다.
이는 `제재와 대화`라는 투 트랙 전략에서 대북제재도 국제공조를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강조, 북한과의 대화방침을 `불쾌`해하는 일각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 행정부의 이같은 유화적 발언은 입을 맞춘 듯 다른 쪽에서도 나오고 있다. 리언 파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북미간 협상이 재개될 기회를 미국이 가질 수 있다면서 현 상황을 `허니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파네타 국장은 지난 18일 CIA 본부에서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미가 현재 대화재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은 허니문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 정부 "북핵 우리 겨냥...목적은 적화통일"
미국과 중국이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우리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최소한 `외적인 발언`을 보면 그렇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18일 "북핵 문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북한의 목표는 적화통일이고 그런 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핵 문제가 미국과의 문제이고 남북한이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북한이 미국,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협을 추진하길 바라지만 남북관계를 우회하거나 비핵화없이 그런 것을 이룰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핵화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는 현 정부의 `연계론`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외교, 통일부 장관의 발언 수위와 발언 시점을 고려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협상 국면에 찬물을 붓는 격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북한 행동에 진정성이 없다`고 발언한 직후 나온 이같은 장관들의 발언은, 미중을 향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 것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연합뉴스, 일본 교도통신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 조치로)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미, 대남, 대일 다소간 유화책을 쓰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과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다자대화` 속에서 미.중과 우리 정부의 시각차가 부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