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 GM은 오히려 기회"-루츠 부회장 인터뷰②

"현대차, 美 점유율 확대하려면 `디자인` 신경써야"
`美자동차 위기, 정부도 책임있다`
엔저 수수방관..로비력에서도 도요타에 밀려

  • 등록 2007-05-04 오후 12:25:08

    수정 2007-10-12 오후 3:46:55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美 자동차 위기, 엔 약세 방조한 정부도 책임"

루츠 부회장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몰락에는 엔 약세를 방조한 미국 정부도 상당부분 역할을 담당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일본 업체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고유가 시대를 맞이한 미국 소형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정부의 정책은 자국자동차 업체들에 적대적(hostile)"이라며 "그간 수없이 엔 약세를 시정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유럽 정부의 정책이 자국 자동차 업체들에게 불리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루츠 부회장은 "내가 자동차 업계에 몸담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부시 정권에서 국제담당 재무차관을 역임한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저서 `세계 금융의 전사`에도 미국 정부가 어떻게 엔 약세를 방관했는지 드러나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GM을 위시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워싱턴 정가에 대한 로비력에서도 도요타에 밀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빅3` 최고 경영자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막상 만나서도 별 소득이 없었던 것도 로비력 약화에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우리 몸값은 우리가 결정한 것이 아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GM 경영진들의 보수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릭 왜고너 CEO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해 총 1020만달러를 받아 2005년 548만달러보다 배가 늘었다. 포드의 앨런 멀럴리 CEO가 받은 2820만달러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지만 세계 1위를 뺏긴 상황이라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루츠 부회장은 "하는 일이 다른 데 노동시간으로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축구선수의 예를 들었다.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선수들은 공 하나를 차는 데 1000만달러를 받는 셈이지만 하루종일 그 볼을 닦는 볼 보이들이 주급 100달러를 받는다고 해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우리의 몸값은 시장이나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1위 복귀..하지만 1위가 궁극 목표는 아니다"

GM이 도요타를 제치고 다시 세계 1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느냐고 물었다. 루츠 부회장은 "당연하다"며 "몇 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빅3뿐 아니라 BMW에서도 근무했지만 GM 개발팀만큼 공학적 재능(engineering talent)이 뛰어난 사람들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도요타의 차들은 우수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며 "특히 트럭들의 디자인은 큰 감명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면에서 현대자동차(005380)가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도 디자인이라고 충고했다.

루츠 부회장은 미국 내 생산 라인을 축소하고 이머징마켓에 집중하고 있는 GM의 전략 또한 회생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이룩한 성과는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구매, 관리 및 GM의 전반적인 경영 전략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좀 더 경쟁력을 갖췄어야 했지만 지금 현재로도 GM의 제조업은 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루츠 부회장은 세계 1위 복귀가 GM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도요타의 4월 미국 내 판매가 4.3% 감소한 것을 거론하며 "어떤 업체도 `무적(unbeatable)`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루츠 부회장은 "세계 1위라는 것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수한 차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이익을 냈을 때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물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차로 꾸준히 이익을 내는 업체가 된다면 1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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