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증권부] 증권사에 자산관리를 맡기고 있는 "큰손"들은 현재의 주식시장이 매수 타이밍에 근접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이달말께 새 정부의 정책방향 및 대외리스크 등을 확인한 뒤 MMF 등에 넣었던 돈을 빼내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5일 edaily가 주요 증권사 자산관리 영업담당자(PB)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큰손들은 아직은 리스크가 높은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원금이 보장되는 지수연동형 상품(ELF)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투자 큰손들은 주식형 수익증권 가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직접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량주를 사들이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PB들은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는 있으나 향후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채권형 펀드에 대해서는 가입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큰손은 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사모펀드를 통해 단기투자를 하고 있으며, 종합주가지수의 바닥을 550선으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
PB 전문가들은 "증시에 한차례 더 패닉이 나타난다면 큰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다음은 각 증권사 PB 담당자들이 전하는 "큰손들의 근황"이다.
◇윤성일 한국투신증권 여의도PB센터장
주식시장이 어렵지만 투자를 하는 큰손들은 여전히 돈을 굴린다.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돈을 모아 사모펀드 형식으로 굴리기도 한다. 일종의 모멘텀 펀드인데 50억원 규모로 3개월 수익률 5% 정도를 목표로 운용된다. 또 금리 및 주가 변동에 따른 옵션상품이나 스트럭처펀드, 퓨전상품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큰손들은 여전히 MMF를 선호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에 돈을 넣어 놓은 사람들은 그동안 금리 하락기에 재미를 봤지만 요즘같은 때는 신규가입을 주저하는 양상이다.
큰손들은 지금 증시가 바닥권이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주저케 하는 요인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가 폭락을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11테러 때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증시에 패닉이 나타난다면 큰손 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것이다.
◇최광영 현투증권 명동VIP지점장
큰손 고객들에게 주식투자보다 펀드 가입을 준비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바닥에 근접해 있다. 불확실성(이라크, 북핵)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한번 더 충격 있을 때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빠질 만큼 빠졌다. 다만 한차례 더 빠질 때가 남아 있어 지금은 주로 MMF 자금을 받고 있다.
채권 금리가 너무 낮다. 따라서 채권형 상품으로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물로 투자해야 한다.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역시 MMF를 권유한다.
대형 고객들도 지금의 주가가 낮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관망세가 지배적이다. 결국 2월말에 매우 민감한 부분이 많다. 정권교체와 이라크전쟁 등 불확실성이 모두 가시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큰손들은 이 때를 기회로 보고 있다.
큰손들이 MMF에 돈을 넣는 것은 이달말에 도래할 기회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MMF에 대한 말들이 많지만 여전히 수익률이 4% 이상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양수 굿모닝신한 PB영업팀장
PB팀으로서는 고객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고객들 중 상당수가 고연령층인 만큼 안정적인 자금운용에 대한 요구가 많다. 다만 현재 시중금리가 워낙 낮고 실질금리상으로는 마이너스까지 가고 있어 예전보다는 리스크를 테이킹(taking)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 고객들은 주가지수연동 예금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을 선호한다. 다소 공격적인 쪽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우량주에 관심이 있다.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를 선호하고, 그 중 절반 정도는 LG전자 SK텔레콤 현대차 정도를 고려한다.
초저금리 상황인 만큼 장기자금의 경우 절세형 상품이나 시중금리보다 1.5~2.0%포인트 정도 높은 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채권의 경우 금리가 한두달 정도 더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2~3분기에는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형 수익증권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자금은 그래도 그마나 수익이 괜찮은 MMF에 아직 몰리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이 향후 금리동향이나 증시동향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물론 조금 빠른 사람들은 주가지수 연동형 예금이나 주식형 수익증권쪽으로, 더 빠른 사람은 주식쪽으로 조금씩 옮기려는 성향이 있다.
이들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550정도면 바닥이지 않겠느냐"하면서 조금씩 분할매수하고 있는 것 같다.
◇오연근 미래에셋증권 금융상품마케팅본부장
현재 주가 수준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상존하지만 지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형에 지금 가입해도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지수연동상품(ELF)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채권형의 경우 장기 상품을 권유하기에는 현재 금리가 낮은 수준이다. 굳이 추천한다면 3개월 이하 정도를 권유하겠지만 주식형이 더 매력적이라는 판단이다.
큰손들도 주식을 사는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ELF펀드의 개인 모집기간인데 개인들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확인은 안됐지만 큰손들의 스마트머니가 움직이는 기미가 보인다는 소문이 자주 들리는 것을 보면 큰손들도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