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채권시장에서는 전날 한국은행의 이례적인 통안채 창구판매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금리지표가 일제히 올랐다.
한국은행은 이날도 전날과 같은 7.75% 금리로 2년물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했으나 200억원 매출에 그쳤다. 한은의 시장개입을 의식,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며 일부 딜러들은 2년물 창판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시황
개장초부터 통안채 금리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날 7.70-7.72%에 거래되던 2년물 통안채는 7.75%에 거래를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창판 발표를 미루면서 통안채 금리는 7.78%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오전 11시30분쯤 7.75%에 2년물 통안채 창판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시중금리보다 창판금리가 낮게 나옴에 따라 창판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오전장 마감무렵 장내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2000-10호가 전날보다 10bp(0.1%포인트) 오른 7.87%에 매매돼 얼어붙은 시장분위기를 반영했다.
오후들어서도 통안채는 7.76-7.78%에서 거래가 이뤄졌으며 장마감 직전에는 7.79%에 호가가 나오기도 했다. 3년물 국고채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7.84%까지 회복됐으나 장마감 직전 장내시장에서 7.87%에 250억원이 체결돼 결국 약세로 마감됐다.
이날 3년물 국고채 최종호가수익률은 전날보다 10bp 오른 7.87%, 3년물 회사채는 6bp 오른 9.03%를 기록했다. 2년물 통안채는 8bp 오른 7.78%로 마쳤다.
◇시장흐름
한국은행의 창판을 놓고 장중내내 논쟁이 끊
이지 않았다. 장내시장에서는 몇 천억원대의 시위성(?) 매도물량이 나오는 등 중앙은행과 감정적인 대립을 보이기까지 했다.
한국은행은 전날과 같은 금리로 2년물 통안채 창판을 실시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명확히 했다. 전날과 같은 금리에 같은 물건을 내놨지만 이날 창판 매출은 200억원에 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채권시장은 단기 딜링성 매수세로 인해 지나치게 양극화됐다”며 “창판으로 실세금리가 조정받는 것을 계기로 투자계정의 채권수요와 회사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해석을 내렸다.
만약 어떤 딜러가 전날의 통안채 창판금리에 매력을 느껴 참여하고 싶었지만 일찍 마감돼 아쉬웠다면 이날 창판에 참여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국 한국은행은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이 투기적인 목적으로 단기딜링용 채권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한국은행의 이 같은 의지(?)에 대해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중앙은행이 시장에 맡겨둬야할 금리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 은행의 한 딜러는 “한국은행이 아무리 제동을 걸려고 해도 하락추세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이 언제까지나 한은의 눈치만 살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한국은행이 통안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뜻이 단순히 물가와 금리를 제어하겠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신용경색을 풀어가기 위한 숨은 의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한국은행 사이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매수세력’ 대 ‘다수의 시장참여자’라는 대립구도에 한국은행이 뛰어듦으로써 채권시장은 다소 혼란스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