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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넷 생태계는 불균형에 처해있습니다. 통신사는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을 누리는 건 빅테크입니다. 그럼에도 빅테크사들은 트래픽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
한국을 찾은 글로벌 통신 업계가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통신망을 이용해 막대한 트래픽(통화량)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비용은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빅테크 트래픽 유발 47% 차지
지난 7일과 8일 서울에서 개최된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2023’에서는 ‘통신망 사용 공정분담’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행사 주최를 맡은 GSMA 임원들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공정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어필했고, 행사장 내에 별도 세션까지 마련하며 관련 이슈를 쏟아냈다.
통신망 사용 공정분담 논란은 코로나19 시기에 더 크게 부각됐다. 외부 활동이 줄어든 코로나19 시기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SNS(소셜 미디어 서비스) 등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 이용이 급증한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이 통신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통신망 내 트래픽 양도 증가했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기업들이 그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선 인프라를 확장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빅테크 기업들은 이 주장을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줄리안 고먼 GSMA 아태지역 대표는 “통신망 사용료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투자 간극’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통신망은 한 번 투자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개선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를 하는 주체가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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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 논의 활발한 유럽…한국선 법안 계류
리사 퍼 ETNO 사무총장은 “유럽만 보더라도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규모는 한해 550억 유로에 달하지만, 빅테크는 10억 유로밖에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클라우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경우 국회에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망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이용대가 지급 협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여기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ETNO와 공동성명까지 내면서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상학 KTOA 부회장은 “빅테크의 파워가 커서, 기본적으로 협상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 내용도 그렇고, 강제로 돈을 내라는 게 아니라 협상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최소한의 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최근 인사 청문회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진행 중인 망사용료 소송에 대한 질의에 “그건 정확히 안다”면서 “더 신중한 검토가 답인데, 방향은(유럽처럼)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