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20년 가까이 됐다는 아나 톨리(40·남)씨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나서기 위해 며칠 전 우크라이나행 비행기 표를 구매했지만 무산됐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가족들이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는 아나 톨리 씨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국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집회에 나왔다”며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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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는 지난 주말에 이어 올레나 쉐겔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의 주도로 진행됐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과 학생 45명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 침범은 협상이 불가하다’, ‘우리는 가족을 다시 보고 싶다’, ‘살인뿐인 전쟁 금지’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휘날렸다.
우크라이나인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임태원(32·남)씨는 “기부나 집회 참여로 마음을 보태고 있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전쟁으로 희생된 군인과 민간인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한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러시아의 테러를 멈춰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크라이나를 구하라”, “대한민국 감사하다” 등 구호를 외치며 덕수궁 돌담길, 배재학당, 주한 러시아대사관을 지나 분수대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선 재한러시아인과 재한벨라루스인 모임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러시아를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