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6일 낮 서울 서대문구의 한 햄버거가게 앞, 김모(58·남)씨가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가로등이 쓰러지며 옆에 있던 이모(6)군을 덮쳤고 이군은 사망했다. 지난 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김씨에 대한 첫 재판에 참석한 이군의 아홉살 형은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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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인천지방법원에서는 지난 9월9일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배달 중인 치킨집 사장 A(54)씨를 음주 상태에서 치어 숨지게 한 임모(33·여)씨의 첫 재판도 열렸다. A씨 딸은 “일평생 열심히 사신 아버지를 위해 가해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올해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음주운전 단속이 뜸해진 탓도 있지만, 처벌 강화에도 불구하고 단속에 걸려 봤자 `웬만하면 집행유예`라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 중 76%가 집행유예를 받았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10명 중 8명은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셈이다.
이군 아버지는 법정에서 “무거운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고 첫째 아이는 동생을 못 지켰다는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갈 것입니다”라고 비통해했다. 음주운전 처벌이 이대로 솜방망이에 그친다면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사람과 남겨진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또 그 대상은 언제든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