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경매 시장에 나오는 강남 알짜 아파트는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로 통합니다. 늘 대기 수요가 줄을 서는 래미안퍼스티지가 경매로까지 나왔다는 건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시작된 매매 한파가 절정에 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짜 매물마저 일반 매매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까칠한 성 기자는 꽁꽁 얼어붙은 강남 주택시장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21일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4번 출구 앞. 경매로 나온 물건지를 먼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단지 내에 잠원초등학교를 품고 9호선 신반포역을 낀 래미안퍼스티지의 최선호 로열동은 111동입니다. 신반포 공원 조망이 딱 트인데다 동간 거리가 멀어 확실한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 경매로 나온 103동 26층도 로열동 로열층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입니다. 103동은 신반포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정확히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9월 27억원에 거래됐던 84.93㎡ 고층의 최근 매매 호가는 26억원 선”이라며 “집주인들이 자금 여력이 있는 부자라 시세가 쉽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전용 84.93㎡의 국토부 실거래가가 23억원선이고 불과 두 달만에 4억원이 올랐지만 집주인들이 쉽게 매매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1만여 세대 가까이 공급된 송파 헬리오시티의 영향도 있다고 합니다. 같은 평형의 헬리오시티의 전세가는 현재 6억원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분위기는 웬만하면 재계약을 한다고 합니다. 그는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전세가가 하락하면 굳이 이사할 필요 없이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9.13 이후 전세 재계약 물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1주택자 이외에 다주택자들의 대출을 꽁꽁 묶어버린 지난해 9.13 대책은 강남 주택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게 분명합니다. 강남 실거주 집주인들은 대부분이 다주택자라는 게 현장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후 대출이 막히면서 부동산 매매 자체가 막혀버렸다는 겁니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현장 상황은 글로벌 경제 위기 때만큼이나 심각하다”며 “거래가 막히다 보니 이사업체, 청소업체 등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올해를 시작으로 세금 부담이 커집니다. 그렇게 되면 버텨왔던 집주인들도 급매를 털기 시작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올들어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물론 세금의 기준이 되는 개별 공시지가까지 올랐습니다. 최인용 가현 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올해 부동산 세금 인상 부담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해가 갈수록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분위기는 추가 하락이 예상됩니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 보는 매수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지난해 최고가에도 못 사서 안 달났던 사람들이 지금은 팔짱을 끼고 방관 중이라는 겁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가격은 심리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한다”며 “지금은 그 누구도 선뜻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강남 지역의 가격 하방 경직성은 견고하다는 전망입니다. 특히 3년 뒤인 오는 2022년 래미안퍼스티지 대각선 맞은편 신반포15차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가격은 다시 오를 것이란 설명입니다. 강남은 인근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동반 상승 효과가 크다는 겁니다. 그는 “강남 아파트 가격은 견고한 조정 후 반등의 사이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은 조정 국면”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