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 편견만 버려도 절반의 성공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관리 가능...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규칙적인 약물 복용 외에도 과도한 음주와 수면 부족 피해야
  • 등록 2017-02-09 오전 9:06:34

    수정 2017-02-09 오전 9:06:3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한때 간질이라고도 불렸던 뇌전증은 그 어원이 그리스어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 사회적 편견이 심한 병이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뇌전증은 전염성이 없고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있으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병이기도 하다.

대뇌에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인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비정상적인 흥분이나 동시적 신경활동에 의해 전기신호가 잘못 방출될 때 ‘경련 혹은 발작’이 일어난다. 이러한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뇌전증’이라 한다.

보통 뇌전증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증상은 바로 전신 경련 증상이다. 뇌전증 발작이 일어날 경우 의식이 없어지거나 온몸이 뻣뻣해지고 떠는 양상혹은 비정상적인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고 뇌기능의 일시적 마비 증상 때문에 구토, 청색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뇌전증은 온몸을 떨면서 의식을 잃는 증상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위 ‘멍’ 하면서 지나가기도 하며, 인지반응이 늦어지고 한 쪽 팔만 흔드는 등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30만 명이 지속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소아 100명 중 3명은 뇌전증을 앓고 성인이 되는 등 뇌전증은 더 이상 숨겨야 할 병이 아니다. 특히, 초기에 정확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 정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뇌전증이 의심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증세가 호전 또는 관해 되기 때문에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 최소 2~5 년 이상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되고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게 될 경우에는 약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 또한, 약을 잘 복용한다고 해도 과도한 음주와 수면 부족은 발작 증세를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뇌전증은 발작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미리 숙지해야 한다. 주변에서 전신 발작을 하는 환자를 목격했다면 우선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발작을 멈출 때까지 장애물 등에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팔다리를 붙잡거나 인공호흡을 시도하면 안 되며, 타액으로 기도가 막힐 수 있기 때문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벨트나 넥타이, 꽉 끼는 단추 등을 풀어주는 것도 환자가 호흡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상태가 완전히 회복될 때 까지 입안에 아무것도 넣지 말고 움직임을 막지도 말아야 하며, 발작이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때, 또는 의식의 회복이 없이 2차 발작이 올 경우에는 빨리 병원으로 옮겨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임희진 교수는 “뇌전증은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점점 더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고 대다수의 환자에서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정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의 경우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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