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주요 11개 공기업이 발행한 CP는 17조원 규모에 이르고, 연내 CP 만기도래액도 11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에만 CP 4조6100억원를 발행했다. 한국철도공사도 올해 2조84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전력공사도 각각 2조3000억원대의 CP를 찍었다.
올해 새정부 출범과 함께 기관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된 가운데 공기업이 너나없이 발행이 손쉬운 1년 미만 CP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공공기관은 1년 넘는 CP를 발행하는데도 일반 기업보다 자유롭다는 점도 한 몫했다. 정부가 발행에 제약이 없는 CP 남용을 막기 위해 만기 1년 이상 CP를 발행하도록 규제를 강화했지만 공공기관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기관의 경우 일반 기업과 달리 대부분 ‘A1’ 수준의 우량 신용등급을 받았고 정부의 지원가능성 때문에 동양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경영평가가 좋지 않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공기업의 경우, 공기업이라고 해도 CP 만기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CP를 단기간 쓰고 갚는다는 것 자체가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동양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CP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에서 자유로운 공기업이 CP 시장을 오히려 키워 시장 질서를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가능성, 독과점 지위 등으로 우량 신용등급을 받고 CP와 같은 단기 시장 차입금에 의존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며 “파산에 가까운 자금상태에서도 공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CP를 발행하는 사태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