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기존 석유화학 소재 대신 식물·미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연료나 제품을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플라스틱 규제로 관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기업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SK케미칼이 생산한 바이오 폴리올 ‘PO3G’가 적용된 현대자동차 GV60 인조가죽 시트(사진=현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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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285130)은 최근 친환경 바이오 폴리올 소재 ‘PO3G’(폴리옥시트리메틸렌에테르글라이콜)를 연간 수천톤(t) 생산할 수 있는 전용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폴리올은 알코올의 한 종류이자 스판덱스·폴리우레탄 등을 만들 때 쓰는 원료로, PO3G는 기존 석유화학 기반의 폴리올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다.
PO3G는 옥수수 등 식물을 발효해 만든 100%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소재다. 기존 석유화학 원료로 폴리올을 생산할 때보다 온실가스 발생량을 40%나 줄일 수 있다는 게 SK케미칼 측 설명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PO3G는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인 GV60의 인조가죽 시트를 제작하는 과정에 채택돼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화학산업 소재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은 점차 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GS칼텍스가 팜유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연료·화학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는 등 사업 영역을 뛰어넘는 기업들의 합종연횡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의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탈(脫) 탄소 사업을 준비 중인
LG화학(051910)·
롯데케미칼(011170)·SK케미칼 등 석유화학업계는 물론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CJ제일제당(097950) 등도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꼽고 관련 신사업을 추진·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바이오 기반 소재·연료·제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에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화이트 바이오 사업은 공장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꾸겠다는 그 의미처럼 탄소 기반 화학 물질 대신 식물·미생물 등을 활용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시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드로이트 마켓리서치는 글로벌 화이트 바이오 시장 규모가 연평균 10.1% 커져 2019년 2378억달러(약 301조)에서 2028년 5609억달러(약 710조)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탄소중립 전략의 하나로 바이오매스 소재와 바이오 연료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기존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사용이 제한되는 국가가 늘어나는 등 화이트 바이오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화이트 바이오 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