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이 주말 아침부터 고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유명 화장품 브랜드매장은 상품 구입전에 테스터를 사용해보려는 고객들이 몰려 대기상황이 되자, 직원이 “오신 순서대로 안내해드릴테니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매장 곳곳에선 잠시 마스크를 벗고 얼굴에 화장품을 발라보거나 향수를 뿌려본 뒤 향을 맡아보는 모습 등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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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일을 하루 앞두고 시민들은 한껏 들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 10월 13일 마스크 착용 의무가 생긴 이후 566일만에 누리는 해방이다. 마스크 없이도 거리를 활보하고 야외 나들이, 등산, 산책, 실외체육을 즐길 수 있단 기대감이 번졌다.
등산이 취미였던 신모(56)씨는 2년만에 친구들과 등산 약속을 잡았다. 신씨는 “마스크 쓰고 산을 오르면 답답하고 숨도 막혀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안 써도 된다니 너무 좋다”며 “코로나19로 등산모임 단체 카톡방이 잠잠했는데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카톡방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사는 윤모(39)씨도 “꽃향기를 좋아하는데 몇 년째 라일락 향도 제대로 못 맡았다, 이제는 뒷산 산책하러 가면 아카시아 향은 마음껏 맡을 수 있겠다”며 “저녁엔 친구들과 한강변에 놀러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동안 비대면수업으로 야외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일선 학교 현장도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진다. 오는 2일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상 등교가 이뤄지며 원격수업이 전면 중단되고, 체험학습·수학여행 등 비교과활동이 재개된다. 학교 체육시간에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학생들도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직 코로나 두려워”…“야외서도 경각심 가져야”
얼굴을 노출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을 준다는 이유도 있었다. 강서구의 김모(40)씨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보니 자외선도 막아주고 화장 안해도 되고 편하더라”며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상의 편리함을 오프라인에서 누리는 느낌이라 굳이 안 벗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쓸 의무가 없다고 해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야외 마스크 해제가 시민들에게 개인 방역 측면에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실외에서도 사람이 다수 모이는 체육시설 등 일부 공간에선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