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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달 말로 예정된 1차 수사기간의 반환점을 지났지만 핵심 혐의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 조사를 통해 최대 난제인 공소시효 극복 방안을 찾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학의 사건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달 23일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건설업자 윤중천(58)씨를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지만 성범죄와 뇌물 혐의 입증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중천 입 열었지만 성과는 미미
이 사건의 키맨인 윤씨는 진술을 거부해오다 지난달 25일 2차 소환 때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며 자신이 2007년 12월 이전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차관에게 2008년 이전 수백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이라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사단 역시 디지털정보 분석결과 강원 원주 별장 동영상이 2007년 11월쯤 촬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수강간 혐의는 2007년 12월 법 개정으로 공소시효가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 전에 벌어진 범행은 이미 10년 시효가 지났다. 뇌물수수의 경우 3000만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고 1억원 이상이면 15년으로 늘어난다. 윤씨 주장대로 김 전 차관이 2008년 이전 수백만원을 뇌물로 받았어도 현재로선 처벌할 수 없다.
공소시효 극복 단서 ‘안간힘’
수사단은 공소시효를 극복할 새 단서를 찾기 위해 다방면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사단은 별장 동영상 속 성범죄 피해여성임을 주장하는 A씨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A씨는 별장 성폭행과는 별개로 2008년 1~2월 본인의 집에서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로 밝혀지면 특수강간 혐의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윤씨 및 주변인물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과 함께 2013년 경찰이 확보한 윤씨 수첩을 통해 뇌물 혐의 단서를 추적하고 있다. 이 수첩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골프접대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 이후에도 윤씨와 김 전 차관 사이에 대가성이 있는 금전거래와 접대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수사단을 반복적인 동일성격 범죄를 하나의 범죄행위로 봐 처벌하는 포괄일죄 법리를 적용해 뇌물 혐의 공소시효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사람의 고소와 맞고소는 일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남우)가 수사할 계획이다. 무고 혐의 판단을 위해선 실제 성폭행 발생 여부가 규명되야 하기 때문에 김 전 차관 의혹의 새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출범 한달이 넘은 수사단은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3년 경찰의 김 전 차관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단은 당시 내사 단계부터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를 수차례 소환조사했다. 또 대통령기록관 등을 압수수색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김 전 차관 의혹과 관련해 생산한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에 대한 소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후 수사팀 및 지휘부 관계자들에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특정했다. 수사단 측은 “최종 수사결과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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