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해 가장 빨리 금융위기 가능성을 감지하는 국제금융센터의 최재영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금융센터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외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으로 원화 채권을 매입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원화 채권을 50조원 가량 순투자,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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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실물 경제로 보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로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아직까지 금융시장은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국채는 준(準)선진국 채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 원장과 함께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가 서 있는 위치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중국 헝다그룹 채무불이행 위기 등 금융시장을 뒤흔들 변수들을 짚어봤다.
다음은 최재영 원장과의 일문일답 전문.
-외국인 자금이 채권 시장으론 꾸준히 유입되는데 주식시장에선 2년 연속 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 주식, 채권 합해 보면 전체적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팬데믹 이후 외국인들은 주식을 작년 25조원, 올해 30조원 등 총 55조원을 순매도했으나 보유잔액으로 보면 코로나19 직전(620조원)보다 180조원 늘어난 800조원(8월말 현재) 내외로 크게 늘어났다. 코스피지수가 40% 이상 상승(2019년말 대비 올 8월말 3199.27 기준 45.6% 상승)하면서 보유잔액이 급증했다. 외국인 입장에선 우리나라 주식에 더 많이 익스포져 돼 있는 것이다. 차익실현, 익스포져 조정 차원으로 봐야 한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지난 달 중순 주간 단위(8월 9~13일)로 7조원 이상 팔아치워 주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를 보인 것도 그런 차원인가?
△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이긴 했다. 반도체 관련 해외 IB들의 보고서가 부정적으로 나온 데 따른 반응이었는데 그 주가 끝나고 그 다음 주부턴 매도세(1조2000억원 순매도)가 완화됐기 때문에 일시적인 이벤트로 이해한다.
△ 그렇게 본다. 정책당국의 노력도 있었으나 작년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우선적으로 해줬다. 작년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맺은 국가에 상설 5개국(유럽·일본·스위스·영국·캐나다)외에 우리나라가 바로 들어갔다. 우리가 국제금융시장에 많이 통합돼 있어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으로 불 수 있다. 특히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상당 부분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앙은행 등 공공부문(올 상반기 달러화 기준으로 183억8000만달러 순투자로 전체의 53% 점유)이 차지한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전략 하에 원화채 매입을 늘리고 있다. 원화가 국제적인 준비통화의 초기 단계에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상수지 흑자 등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인가?
△ 경상수지 흑자(한국은행 추정 올해 820억달러 흑자)도 중요하고 외화부채(순대외채권 6월말 4569억달러)가 별로 없는 등 대외건전성 지수가 좋은 편이다. 원화 국채는 준선진국 채권으로 인식되며 같은 신용등급의 선진국 국채보다 수익률이 높아 투자 매력이 크다.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되는 나라라는 것을 증명한 것도 상당히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원화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만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역외 원화 거래 시장을 열어둘 만한 단계에도 진입했다고 보나?
△ 정책당국에서 실익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엔 신흥국의 선두주자로 남을 것인지, 선진국의 후발주자로 들어갈 것인지 실익이 팽팽했다. 그러나 중국이 워낙 신흥국에서 차지하는 비중(8월말 MSCI 이머징마켓(EM)지수 비중 중국 33.9%, 대만 14.8%, 한국 13.0%)이 커지면서 신흥국 시장에 있어봤자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점차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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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을 흔들 이슈를 짚어보자. 미 연준은 11월께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처럼 테이퍼 텐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 중국의 헝다그룹 디폴트(채무불이행) 이슈도 있다.
△ 현재 최대 관심사인 헝다그룹(Evergrande)이 은행권 신용 축소로 파산할 경우 은행권이 충격을 흡수할 자본이 충분한 상태로 파악은 되고 있으나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국 익스포져가 급증한 상황이라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서방자금이 이탈하고 국제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인민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1분기 2조289억달러로 2018년(1조1628억달러) 대비 74% 급증했다.)
-중국에 들어간 서방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 정치 철학, 이데올로기 등 상부구조에서 갈등이 있어도 지금까지는 경제 등 하부구조에선 교류가 활발했다. 그런데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제약하는 쪽으로 간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근 미국 국제 관계에서 권위있는 저널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중국에 금융 제재를 해야 한다. 중국으로 흘러간 돈이 시민을 감시하는 기술개발에 쓰이고 서방 세계에 여론을 호도하고 위협하는 쪽으로 쓰이고 있다”는 기고문이 실렸다. 이런 여론들이 자꾸 쌓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졌는데 연준의 테이퍼링과 맞물려 자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실물경제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을까?
△ 작년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늘어난 유동성은 실물보다는 자산시장으로 유입됐다. 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생겼다는 것은 유동성이 실물로도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생산이나 공급이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만 실물로 가게 되면 성장은 안 되고 인플레이션만 급등한다. 그럴 경우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자산시장도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 즉, 새로운 성장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물인터넷(IoT), 5G, 6G,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나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등이 생산을 확충하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최 원장은…
△1965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미주리대 경제학 박사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기획예산처 재정정책·재정분석 과장 △세계은행 선임전문가(Senior Specialist) △기획재정부 재정기획국장 △대통령비서실 기획비서관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국제금융센터 원장(2019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