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軍 복무 중 자격증 15개 취득한 해군장병

해군2함대 보급지원대 소속 김덕규 병장
일과 후 야간 시간 활용 자격증 공부 이어가
해군, 자격증 서적 및 야간 독서실 제공 정책
  • 등록 2019-01-10 오전 9:02:49

    수정 2019-01-10 오전 9:02:4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군 장병이 군 복무 중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해군2함대 보급지원대 소속 김덕규(26) 병장은 2017년 5월 자대 배치 이후 1월 11일 전역하는 날까지 2달에 1개 이상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 병장이 해군 복무 중에 취득한 자격증은 무역·회계 분야 8개, 행정·실무 분야 5개, 교양 분야 2개다.

김 병장은 동국대 국제통상학과를 다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해군에 입대했다. 대학생 시절에도 취업을 위해 전공 관련 자격증을 5개나 취득했다. 이러한 김 병장의 노력은 입대 후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군과 사회는 환경이 달랐다. 그때 힘이 된 것이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김우진 예비역 병장(22)이다. 지난해 7월 전역한 김우진 (예)병장도 해군 복무 중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 일병이던 김 병장은 김우진 병장을 부대 독서실에서 처음 만났고, 이에 용기를 얻어 자격증 공부를 결심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김 병장의 부대 직책은 유류병으로 함정에서 발생한 빌지(Bilge)를 처리하는 임무다. 빌지는 함정 밑바닥에 고여 있는 물과 기름의 혼합물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면 온 몸에 기름 냄새가 배는 고된 일이다. 힘든 여건 속에서 김 병장에게 도움이 된 것은 해군의 취업지원 정책이다. 해군은 청년장병들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을 장려해왔다. 이를 위해 부대별 자격증 관련 도서를 구비하고 독서실과 사이버지식정보방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야간에도 장병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병장의 자격증 공부도 여기서 시작됐다. 처음 배치 받은 부대의 도서관을 둘러보던 김 병장의 눈에 유통관리사 도서가 들어왔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자격증 취득을 마음먹은 것이다. 김 병장은 주로 부대 독서실과 사이버지식정보방을 활용했다. 부대는 장병들의 학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 평일은 밤 12시까지, 휴일 전날에는 무제한으로 독서실을 개방했다. 또 사이버지식정보방도 학업 목적에 한해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김 병장은 공부 시작 2개월 만인 2017년 7월 군 복무 중 처음으로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해군2함대 보급지원대 김덕규 병장(가운데)이 해군 복무 중에 취득한 자격증 15개를 펼쳐 보이며 소속 부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이후 김 병장의 자격증 공부는 부대 내 자격증 취득 붐(Boom)을 일으켰다. 매달 늘어가는 김 병장의 자격증을 보며 전역 후 진로를 고민하던 장병들이 하나 둘씩 공부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한국사처럼 취업 공통 자격증의 경우에는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도 생겨났다. 김 병장은 동료 장병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나 자격증 취득 노하우에 대해 알려주며 부대 내 자기개발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난해 8월에는 김 병장과 같이 공부하던 장병 5명이, 11월에는 장병 3명이 함께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부분 김 병장과 동일한 자격증이다. 김 병장과 장병들이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한 결과다.

김 병장은 “부대에서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면서 일과 이후에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모두 놓치기 싫었다”며 “다행히 부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줘 스스로의 목표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은 국방부의 ‘청년장병 취업 활성화 대책’을 기반으로 △개인 취업역량 강화 △정보제공과 진로교육 확대 △권역별 취업 등으로 구성된 ‘해군 취업지원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떠 장병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에듀윌과 협약을 맺고 온라인 교육과정 수강료를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시범적으로 2함대 내에서 YBM과 한국토익위원회가 주관하는 토익시험을 월 1회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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