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정책금융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성장성있는 기업에 투자해 윈윈효과를 거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산은은 2007년 비상장이던 벤처기업에 투자해 자금난을 덜어줬고 이 기업은 잘 성장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함으로써 산은에 10배에 이르는 높은 수익을 안겼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에이티젠(182400) 주식 57만주 가운데 6만주를 지난달 27일 장내에서 매도했다. 주당 평균 매도가격은 2만 4839원으로 산은은 총 15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챙겼다.
산은은 지난 2007년 9월5일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에이티젠 주식 57만주를 취득했다. 당시 주당 발행가는 1750원으로 총 9억9750만원을 투자했다. 에이티젠은 2002년 설립한 이후 실험용 시약 생산과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5년 지난 2007년 경기지방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이노비즈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운영자금 부족으로 인해 주주배정 증자와 일반배정 증자를 반복하면서 상업화를 준비하던 중 산은이 투자에 나서면서 경영에 숨통이 트였다.
자금난을 더이상 걱정하지 않게 된 에이티젠은 `NK세포의 활성 측정 기술`을 적용한 엔케이뷰키트(NK Vue Kit)를 개발해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엔케이뷰키트를 이용하면 면역 체계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검사가 간단하고 항암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케이뷰키트를 도입한 기관은 지난해 5개에서 올 상반기 102개로 급증했다. 에이티젠은 전세계 60개국에서 엔케이뷰키트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산은은 에이티젠이 기술력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한 덕분에 6만주를 매도한 것만으로도 원금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처분 신고하지 않은 51만주의 현재 가치가 97억 41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산은은 투자한 지 8년 만에 원금의 10배를 수익으로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산은은 에이티젠 상장 이후 꾸준하게 장내에서 주식을 현금화하고 있다.
최우식 에이티젠 재무총괄 이사는 “산은이 지속적으로 장내에서 지분을 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당분간 산은 물량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러나 개인투자자 가운데 에이티젠 성장성을 고려해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며 “산은 보유 주식을 블록딜로 사들이려는 개인도 있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