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14일 오후 도쿄에서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하고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야 할 진로를 잘못 선택해 전쟁의 길을 걸어가게 됐다”며 “전후 70년, 국내외에 쓰러진 모든 사람들의 영혼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일본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서도 거론하긴 했지만 일본의 행위가 아닌 역사적 차원의 비극으로만 접근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도쿄를 비롯한 각 도시들의 폭격, 오키나와 지상전 등으로 많은 일본 국민이 희생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른 나라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태평양 도서국가들이 전투와 식량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고 설명다.
일본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던 아베 총리가 한발 물러났다고 평가한다. 당초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에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계획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의 사적 자문기관인 ‘21세기 구상 간담회’가 지난 6일 제출한 보고서에는 ‘일본의 행위만 침략으로 단정하기 힘들다’며 침략 및 식민지 지배에 대한 명기를 꺼린 바 있다.
그러나 연립여당인 공명당 측이 한국과 중국에 사과의 뜻이 전해지는 담화를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보수정치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조차 ‘식민지 지배를 당한 민족의 상처는 10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사죄를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
하지만 이번 전후 70년 담화에 ‘사죄’를 포함한 4대 키워드를 담았다고 해도, 단어를 명기하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전장에서 존엄을 깊이 상처받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무라야마 담화는 물론, 2005년 발표된 고이즈미(小泉)담화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역사인식을 둘러싼 동아시아 국가들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담화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담론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며 “일부를 잘라낼 것이 아니라 담화 전체의 메시지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