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적립금은 정부 쌈짓돈

  • 등록 2009-05-07 오전 10:51:47

    수정 2009-05-07 오전 10:52:24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토토 적립금을 자의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쁜 놈 떡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악용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7일 감사원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수익금의 10%를 적립해 지난 2006년부터 집행을 시작한 체육진흥투표권 즉, 스포츠토토 적립금이 규정상 사용할 수 없는 예산·기금 사업에 추가로 투입되거나, 수시로 용도가 바뀌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국회 예산심의시 예산이 전액 삭감됐던 바둑대회 지원사업에 2억원이 지원됐고, 체육진흥기금으로 14억원이 편성돼 있던 문화예술 매개전문 인력양성 사업에도 5억원이 추가로 지원됐다.

이처럼 예산과 기금에 편성돼 있어 추가 집행 필요성이 적은 데도 추가로 지원된 적립금만 146억8300만원에 달했다. 스포츠토토 적립금 지원기준상 국고 또는 공공기금 예산이 편성된 사업은 적립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지만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집행 기준도 수시로 바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적립금이 사용돼 온 사실도 드러났다.

문체부는 지난 2006년 7월 지원기준을 마련하면서 `체육·문화예술 분야 인재 육성 및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적립금을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게임물등급위원회 설립과 관련된 예산` 조항을 추가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관련 사업비 29억5600만원을 썼다.

2007년 5월 게임물등급위원회 설립 관련 조항은 지원기준에서 제외됐고 대신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예산`이 신설돼 대한체육회 등에 45억4700만원이 들어갔다. 또 올림픽 유치지원 예산은 지난해 2월 재차 삭제됐고 대신에 `특별히 지원이 필요한 경우`라는 조항을 넣어 사실상 적립금 용도 제한까지 없애 버렸다.

이로 인해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에 대한 격려금과 포상금, 베이징올림픽 특별지원, 각종 대회와 행사 및 용역비 등의 용도로 2007년 12월 1년간 115억8400만원이 일관성없이 집행됐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특별지원은 불성실한 준비와 참석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국고 낭비 논란까지 일으킨 연예인 응원단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상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적립금 집행이 시작된 뒤 분기별 또는 반기별 사용계획은 세우지도 않았고, 집행 계획이 없는 적립금은 정기예금에 넣을 경우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보통예금에 예치해 두고 있었다. 사용되지 않은 적립금을 1년만기 정기예금에 예치해 뒀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자수익은 2006년부터 3년간 총 8억원 규모.

감사원은 "적립금을 국회나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 통제없이 예산과 기금외로 운용할 경우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한을 약화시키고, 재정운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재정통제 근거를 마련하고 적립금 용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문체부 장관에 요구했다.

한편 스포츠토토 적립금은 지난해까지 총 1162억8400만원이 적립됐고, 지난해 409억4800만원이 사용되는 등 3년간 596억1900만원이 집행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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