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서평)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위대한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을 향한 `독설`
  • 등록 2006-02-01 오전 11:14:01

    수정 2006-03-28 오후 3:42:51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사람들은 그를 마에스트로(Maestro), 역사상 최고의 경제학자,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 부른다. 그 어떤 대통령의 임기보다 오랜 18년동안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그는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이다. 31일 퇴임하는 그를 두고 미국 언론은 "워싱턴에서는 드물게 최고일 때 물러난다"고 평했다.

1998년말 러시아가 대외 부채를 갚지 못해 전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의 이목이 앨(Al)에게 쏠려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여기서 `앨`은 그린스펀이다. 1999년 5월4일 뉴욕타임즈는 "그린스펀만 있다면 금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기사를 썼다. 2000년 3월 타임유럽은 다음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제기했다. "전구를 바꾸는 데 몇 명의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필요할까?" 잡지는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대답을 했다. "한 명이다. 그린스펀이 전구를 들고 있고 나머지 세계가 그를 중심으로 회전하면 된다." 같은 해, 프랑스는 그린스펀에게 프랑스 최고의 레종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2년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세계 경제를 안정시킨 뛰어난 공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이끈 지혜와 경험이 영국에 많은 교훈을 줬다`며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그가 가는 곳곳마다 빨간 양탄자가 깔렸다.

그린스펀은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제시해 명성을 쌓았다. 그는 수많은 위기와 변수 속에서 미국 경제를 고성장·저물가·저실업의 `신화`로 이끌었다. 의장 취임 두 달 만에 맞은 주가폭락(블랙 먼데이)를 극복해냈고, 90년 걸프전 발발로 인한 오일 쇼크에 적절히 대처했다. 또 94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시아·러시아 등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와 2002년 발생한 9·11 테러의 충격도 무사히 넘겼다.

여기까지가 18년 권좌에서 물러나는 위대한 거장 그린스펀의 `빛나는 전기`다.

그렇다면 거장이 남긴 유산은 어떨까?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 경제학 교수 래비 바트라는 신간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Greenspan's Fraud)`에서 "거장이 남긴 유산이 실로 위험하다"며 빛나는 전기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헤쳤다. 그는 그린스펀의 신화가 `허상`이며 `그리노믹스(Greenomics, Greenspan+Economics)`라 불리던 그린스펀의 경제철학과 이론, 정책이 잘못됐음을 독하게 따져 묻는다.

바트라 교수에 따르면 세계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은 경제에 어려움이 닥쳐 올 때마다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미국 경제의 만성 질환인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이 이를 반증한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그린스펀의 저임금 정책은 임금 인상이 생산성 증가에 미치지 못하게 했고 이로 인해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이 일어났다. 그린스펀이 사용한 해결책은 부채 증가였다.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마다 그는 연방기금 금리를 내려 수요 부족을 메웠고 부채를 창출했다. 엉터리 처방으로 작은 위기는 막았지만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급성 질환이 만성 질환이 돼 버린 것이다.

책은 이 과정에서 그린스펀이 `자유시장`이라는 미명하에 부자의 지갑을 불리기 위해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기를 쳤는지 이야기한다. 또 그린스펀의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경제 철학`에도 주목한다. 때로는 세금을 내리는 작은 정부를 지지했다가 정작 세금을 올리는 법안을 지지하고 무역적자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얼마 안가서 무역 적자 확대가 별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책은 그린스펀의 이같은 변덕이 정치가나 월스트리트 투자가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주관적 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또한 그의 `뛰어난 현실 감각`이 그가 18년이란 오랜 기간동안 권좌에 머무는데 기여했다고 비꼰다. `변덕과 처세의 달인` 이것이 사람들이 `마에스트로`라고 칭송하는 그린스펀의 실체라는 것.

여기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그리노믹스는 2004년까지 어떤 성과를 남겼는가? 책은 연간 6000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4000억달러가 넘는 연방 예산적자, 6조달러의 연방부채,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총부채, 3조달러가 넘는 대외부채, 생산자 임금의 수백배에 달하는 최고 경영자 임금이라고 답한다. 또한 막대한 빚더미와 소득불균형이라는 고질병을 안고 있는 미국 경제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그리노믹스의 `위험한 유산`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그린스펀은 18년의 임기를 마치고 후임인 벤 버냉키에게 바통을 넘긴다. 과연 버냉키는 그린스펀의 낡고 냄새나는 구두를 신고, 머리에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여러 악재를 이고 제대로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그린스펀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발간된 이 책은 우상화된 그린스펀의 가면을 색다른 시각으로 벗겨낸다. 또 그리노믹스의 지적 사기를 통렬하게 파헤친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함께 일했던 여직원과 염문을 뿌렸다는 등의 인신공격은 위험한 유산 목록에 포함시키기에 적절치 않아 보인다. 어쩌면 바트라 교수는 그 누구보다 그린스펀을 `완벽한 거장`으로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작가>래비 바트라. 댈러스의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국제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여섯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중 `1990년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of 1990)`을 포함한 두 권의 책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NBC, CNN, CNBC 등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뉴욕타임스, 타임, 뉴스위크 등 많은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다.
<출판사>돈키호테
<정가>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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