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채 해병 사건 증거인멸 여부 수사…"대통령실 수사도 불가피"

작년 7~8월 국방부 관계자 통신기록 확보 주력
이종섭 전 장관 등 윗선 개입 의혹 전면 부인
대통령실 관계자 통화기록 확인 의혹 ''증폭''
  • 등록 2024-06-06 오후 4:20:14

    수정 2024-06-06 오후 4:20:1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수뇌부의 조직적 증거인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간의 통화 사실이 드러나며 ‘윗선 외압’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공수처 수사가 대통령실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사진=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당시 국방부 수뇌부의 조직적 증거인멸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는 이종섭 전 장관을 비롯해 박진희 군사보좌관, 김동혁 검찰단장 등이 사건 당시 통화 기록이 없는 새 휴대전화를 공수처에 제출하면서다.

공수처는 사건 관계인 통신 기록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통신사 통화 기록은 1년간 보존된다. 채 해병 순직 후 외압 의혹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해 7~8월로 자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지난 4일 “수사 원칙상 중요한 자료가 멸실되기 전에 확보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전 장관 등의 통화 내역은 채 해병 사건 조사 결과의 이첩 보류, 자료 회수, 국방부의 재검토 등에 대통령실의 관여가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핵심 정황으로 꼽힌다.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화 기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13일간 대통령실,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과 최소 40차례 이상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8월 2일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세 차례 통화를 했다. 이날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조사 결과 이첩 보류 지시에 항명, 이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날이다. 국방부 군 검찰단은 당일 오후 조사 결과를 회수했다. 공수처는 국방부 수뇌부가 이날 대통령실 지시를 받고 박 단장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 전 장관은 이첩 보류 등 결재 번복 과정에서 윗선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대통령실 및 정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한 것이 드러나며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달라진 입장도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대통령실은 최근 윤 대통령이 해병대의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군 당국을 ‘야단 쳤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앞서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시발점인 이른바 ‘VIP 격노설’을 전면 부인해오다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수사가 대통령실을 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국가안보실 관계자를 소환할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윗선 개입 정황 및 은폐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수사 확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단순히 통화 기록만 놓고 윗선 개입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 피의자의 증언과 배치되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사건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일부 대통령실 관계자 참고인 조사 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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