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3일 오후 10시 56분께 모자를 쓴 배달원 차림의 A(29)씨가 대구 북구 한 원룸으로 들어가던 20대 여성 B씨를 뒤따라갔다.
현관문이 열리자 A씨는 흉기로 위협하며 성폭행을 시도했고에 동맥 파열 등 중상을 입혔다. 뒤이어 들어온 B씨 남자친구 C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C씨는 뇌가 손상돼 40여 일이 지나 겨우 의식을 되찾았지만 사회연령이 11세 수준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다
|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일 A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많은 50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10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 등도 명령했다.
이 사건은 2022년 부산에서 30대 남성이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성을 성폭행하려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비교되면서 ‘대구판 돌려차기’로 불리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면식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으로 감형했다.
“살인의 고의 없었고 우발적이었다”며 “형이 너무 과하다”는 A씨 측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또 성폭행과 살인이 모두 미수에 그친 점과 살인 시도는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후유증이 미약하게나마 호전된 점, 재범 위험성이 높지 않은 점 등도 꼽았다.
이에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합의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C씨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여전히 고통을 호소했다.
평생 아들을 간병하게 된 C씨 아버지는 KBS를 통해 “방에 들어가서 바로 여자친구 손목 끊고 ‘여기서 끝장 보자’(라고) 분명 그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상황이 다 끝나고 나니까 미수지만, 저희 아들이 만약 늦게 도착했으면 (여자친구는) 죽었을 거다”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