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자궁근종 환자가 자궁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

김태희 서울하이케어의원 원장, "‘자궁적출술’은 최후의 치료방법으로 선택"
  • 등록 2023-10-27 오전 9:40:19

    수정 2023-10-27 오전 9:40:19

[김태희 서울하이케어의원 원장] ‘자궁적출술’은 마취법이 발명된 1800년대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 여성의 질병을 치료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 ‘자궁적출술’이었다. 남편, 아버지, 의사가 여성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길 때 단골로 사용하던 방법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폭식증, 생리전 증후군, 정신질환을 비롯해 자위를 하거나 행실이 단정치 못하다는 이유로도 자궁적출술을 억지로 받게 하기도 했다.

김태희 서울하이케어의원 원장
고대 사회에서 그리스어로 ‘히스테라’(hystera, 자궁)라는 말은 여성의 모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그 모든 고통은 자궁으로 인해 생긴다고 믿었다.

현대에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의 90%는 암이 아닌 자궁근종 등의 양성 질환으로 인한 것이다. 양성 질환이라면 수술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성에게는 50세 전후로 해서 반드시 폐경이 찾아온다. 자궁과 난소가 온전한 상태에서 찾아오는 폐경이라면 정상적인 생리 작용으로 잘 넘길 수 있다.

그런데 난소의 기능이 쇠퇴하면 일부 호르몬 생성 기능이 자연스럽게 부신이나 체지방이 해야 할 역할로 넘어간다. 자궁이나 난소를 제거하면 갑자기 시작된 폐경으로 인해 호르몬 체계에는 물론이고 온몸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자궁 입구에 해당하는 경부는 골반저의 일부이며 방광을 지탱하는 보조 역할도 한다. 방광과 연결된 신경섬유는 경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자궁 경부를 포함해 자궁을 모조리 제거한다면 이 신경이 손상됨으로써 요실금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여성의 난소는 남성의 고환과도 같다. 난소의 제거는 여성을 거세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쓴 논문도 있다. 난소는 성욕과 관계된 안드로겐 호르몬을 생산하며, 난소를 제거한 여성의 25%가 성욕이 감퇴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자궁적출술’은 난소를 남기든 그렇지 않든 최후의 수단으로 택하는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남성의 경우에 고환을 제거하는 적출술은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행해진다. 또 음경에 암이 생겼다고 해서 음경을 제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여성의 자궁과 난소는 가능한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소중한 장기다. 여성들이 초경이 시작되는 10대 시절부터 몸속 기관들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다면 잘못된 인식으로 빠지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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