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이차전지)를 탑재한 전기차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전기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 LFP 배터리의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4일부터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더 기아 레이 EV’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앞서 테슬라코리아도 지난달 LFP 배터리를 적용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후륜구동(RWD) 차량을 내놓는 등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에 LFP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SK온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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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완성차 기업들의 LFP 배터리 채택엔 가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LFP 배터리는 비싼 니켈·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중심으로 제작돼 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저렴하다. 배터리가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가격을 낮출 시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LFP 배터리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낮은 에너지 밀도에 따른 짧은 주행거리도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CATL은 지난 16일 10분 충전에 400킬로미터(km)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神行·Shenxing)’을 공개했다. 선싱을 15분간 완전히 충전하면 최대 주행거리는 약 700km에 달하리라는 게 CATL 측 설명이다.
이에 LFP 배터리가 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Adamas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1%로 2021년 1월 기준 17%에서 급격히 확대됐다. 중국에선 2021년 LFP 배터리 점유율이 NCM 배터리를 넘어 올해 3월엔 70%에 이르렀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현재 북미와 유럽 LFP 배터리 점유율이 각각 7.8%와 3.4%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장기 전략에 LFP 배터리가 필수 포함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LFP 배터리의 성장성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에 삼원계 배터리를 주축으로 삼았던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권영수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 겸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CATL의 LFP 배터리에 관해 “잘하고 있다”며 “우리(국내 배터리 업계)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각각 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발표하며 관련 제품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SDI는 국내에 LFP 배터리 생산 시설을 세우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지난 3월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